지난 25일 강남역 지하상가 안. 휴대전화 판매점을 몇 군데나 기웃거리는 30대 남성을 붙잡고 물었다. "광대역 LTE-A 휴대전화 사시려고요?" "네" "얼마나 빠른 지 알고 계세요?" "그거 알고 쓰는 사람 있나요?"
광대역 LTE-A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이동통신사가 기술력을 앞세워 속도 경쟁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225Mbps의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시작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삼성전자와 '갤럭시 S5 광대역 LTE-A' 출시 협약을 마치는대로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다음달 1일이면 광대역 LTE-A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된다. 바야흐로 광대역 LTE-A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실제 평균 속도는 225Mbps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데다 다소 하향곡선을 그리던 기기값도 광대역 LTE-A 출시로 다시 뛰어올라 이통사간 경쟁이 또 다시 불붙는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TE 서비스는 지난 2011년 등장한 뒤 3년간 빠르게 성장해왔다. 당시 LTE는 이론상으로 최대 5배가 빠른 75Mbps를 자랑했고 고속도로로 치면 차선을 하나씩 더 늘리는 광대역 LTE와 주파수 집성기술(CA)을 거치면서 이론상의 속도는 150Mbps까지 높아졌다.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광대역 LTE 기술이, 지방에서는 CA 기술이 사용됐다. 이제 광대역 LTE와 LTE-A를 연결한 광대역 LTE-A 속도는 최대 225Mbps가 됐다. 1GB의 동영상을 내려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35초다.
하지만 광대역 LTE-A가 보급되면 상황은 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봉 SK텔레콤 네트워크부문장은 "광대역 LTE-A가 상용화되면 평균 70~80Mbps의 속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225Mbps에서 평균 75Mpbs로 광대역 LTE-A의 이론상 속도와 실제 속도는 3배가량 벌어진다. 75Mbps는 이론상의 LTE 속도와 같다. 망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인데 결국 실제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광고 속 225Mbps의 3분의 1수준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큰 그림으로 보면 조금씩 평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겠지만 225Mbps 수준의 빠른 속도를 기대하고 새 단말을 구입했다간 기대 이하의 속도에 실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LTE-A를 처음 선보였을 때도 이같은 논란이 있었다. LTE보다 2배 빠른 LTE-A로 150Mbps의 속도를 내세웠지만 실제 속도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LTE-A의 평균 속도는 47.2Mbps다. 당시 '기존보다 2배 빠른'이란 수식어 대신 '이론보다 3배 느린'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속도 경쟁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에는 공식처럼 고가의 신규 단말과 새로운 요금제가 따라 붙는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 요금제를 선택하는 대신 휴대전화를 선택하고 약정으로 요금제를 '선택받는' 일반적인 이통 소비자로서는 높아지는 단말 할부값이나 요금제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광대역 LTE-A에 맞춰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5 LTE-A 출고가는 94만500원이다. 팬택의 베가아이언2와 LG전자의 G3 등 이전의 신규 단말이 70~80만원대의 출고가로 기존보다 하향곡선을 그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신 3사는 광대역 LTE-A에 맞춘 새로운 요금제를 준비 중이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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