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4일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를 거부하면서 재계 순위 18위 동부그룹이 격랑에 빠졌습니다.
향후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제철ㆍ반도체 등 제조업 계열과 보험ㆍ증권 등 금융 계열 두 축이 있는 동부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한 가지는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김 회장 아들(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갖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13.29%)의 추가 담보 제공입니다. 시가를 고려하면 2500억원 정도 추가 담보 제공이 가능하지만 내놓지 않았습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계획을 놓고 채권단과 동부그룹이 끝까지 대립했던 핵심 쟁점입니다.
이 지분을 내놓지 않아 결과적으로 동부제철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이 지분을 지키려 한 것은 김 회장 측이 금융 계열사들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 부분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은 10대 때 수십억 원을 주고 취득한 것인데 어떻게 김 회장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동부그룹이 동부제철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 사재를 동부인베스트먼트에 출연하거나 김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수 없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동부그룹 측이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DIP(기존관리인유지) 제도를 이용해 김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선택하면 채권단 구조조정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시장 신뢰를 잃어 동부 측이 잃을 게 많기 때문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산업은행은 애초 동부발전당진은 독자 매각할 매력이 떨어진다고 밝혀왔지만 포스코 측이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뒤늦게 개별 매각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원점으로 돌아간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동부발전당진이 적기에 적정 가격에 팔려야 합니다. 향후 한두 달간 가시적인 합의를 이뤄나가지 않으면 구조조정 계획이 더 미궁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