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기나긴 치킨 게임을 끝내고 승자 독식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D램 가격이 스마트폰 등 수요 증가와 공급 물량 제한 등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일제히 제기되고 있다.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달들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가 줄줄이 상향조정됐다. 하이투자증권은 4만8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올렸으며 IBK투자증권은 4만8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유진투자증권은 5만원에서 6만원으로 각각 조정했다. 우리투자증권도 4만9000원에서 5만5000원, 삼성증권이 4만8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끌어올렸다.
실제 주가도 강세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4월 23일 4만원을 넘어 11일 종가 기준 4만7000원으로 한달 반동안 20%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8월 2만6000원까지 떨어져 3만원 이하에 주가가 형성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도체 시장 "치킨 게임은 끝났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올라가는 이유는 메모리 시장이 이례적인 호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면서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기나긴 시장 잠식 경쟁을 마무리지었다. 현재 전세계 메모리 업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체제로 시장을 흔들어놓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업체도, 신규 업체도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가격 주도권이 공급자에게 넘어가 메모리 업체들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수익성 악화가 해소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가 20나노미터급으로 떨어진 것도 경쟁을 약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세 공정 기술이 거의 한계치에 다달음에 따라 집적도를 높이려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 따라서 이전보다 미세 공정에 대한 투자가 낮아지면서 경쟁도 한풀 꺾어든 추세다.
이같은 안정된 상황으로 반도체 가격은 예상보다 견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전문 거래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5월 메모리 가격은 이전달과 동일한 수준을 보여 소폭 하락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었다.
진성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PC용 D램의 경우 군소 PC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대상 가격이 높아져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며 "특히 업계에서 3분기 PC D램 고정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하며 이 경우 반도체 업황은 기존 예상보다 더욱 견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D램 시장의 흐름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것도 업황에는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의 조사 결과 1분기 D램 시장에서 모바일 D램의 비중은 34%로 PC용 D램을 2분기만에 앞질렀다. 모바일 D램은 지난해 3분기 PC용 D램을 처음으로 앞지른 데 이어 이번에도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가 모바일 D램 출하량이 PC용 D램을 앞지르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1분기 D램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늘어났다.
◆"첫번째 수혜는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이같은 반도체 업황 상승의 첫번째 수혜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업황의 개선이 고스란히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은 D램 산업의 호황, 낸드 플래시메모리산업의 완만한 성장 등을 바탕으로 뛰어난 원가경쟁력에 기반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실적이 크게 호전되면서 재무구조도 대폭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산업에서 기존 경쟁 자들은 사실상 모두 퇴출됐고 신규진입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없어 기존 업체들도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현재와 같은 높은 마진이 유지 되는 평온한 시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은 16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4조9000억원, 순이익은 3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년에는 매출 17조원대, 영업이 익 5조원대, 순이익 4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