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웃음을 잃어버렸다. 아니 좀처럼 웃을 일이 없다.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사건과 사고는 매번 있어왔지만 최근 사례처럼 허망하고 울분이 터지는 일은 유사 이래 처음이다 싶을 정도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드러난 무책임한 어른들의 작태나 사회에 만연한 해피아 같은 조직들의 존재를 뒤로 하고라도 우리의 현실은 실로 처참하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한 줄기 빛을 봤다. 자신의 안전을 최후로 미루고 승객들의 대피를 돕다 스러져간 여러 의인들의 얘기는 국민을 울렸다. 그들의 정의감과 책임, 그리고 봉사와 헌신은 남아 있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2014년판 낙인’이 되고 있다.
세월호 영웅들처럼 최근 한 여승무원의 책임감 넘치는 행동에 2차 인명피해를 막은 얘기가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경. 승객 12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공항 리무진버스가 영종대교 초입 부근에서 앞서가던 청소차의 뒤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 앞부분이 완파될 만큼의 대형 사고였다.
사고 직후 버스 안은 부상을 입은 승객뿐 아니라 운전기사도 혼란에 빠져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 때 비행 근무를 위해 사고 버스에 탑승한 한 승무원이 119 신고와 함께 승객들의 안전한 대피를 도와 제 2의 사고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이 승무원은 사고 직후 큰 소리로 자신이 119에 신고를 하겠다고 외친 데 이어 승객들에게 사고 버스에서 빨리 벗어 날 것을 안내했다. 아울러 좌석에 앉아 어쩔 줄 모르는 승객에게 다가가 그 승객의 소지품을 함께 챙긴 후 창문을 통해 함께 탈출했다고 전해졌다.
세월호 사고 후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 승무원의 승객 안전을 위한 책임감은 결국 버스에 탔던 승객의 편지로 알려지게 됐다.
사고 당일 이 승무원은 회사에 교통사고로 인한 병가를 신청했을 뿐 버스 내에서의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을 한 것으로 판단해 회사에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이 승무원의 버스 내 활약은 대한항공 고객센터에 같은 버스에 탄 승객이 칭송 서신을 보내 뒤늦게 세상에 공개됐다.
서신에서 승객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순간적으로 버스가 기내임을 착각할 정도로 사고에 대응했다”면서 “임나희란 이름의 승무원이 인솔한 데로 사고 버스에서 내려 안전한 곳에서 119를 기다릴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서비스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의 기질을 발휘한 점에 대해 감사한다”며 “사고 대처 능력은 대한항공 승무원이기에 더 가능했던 것 같다. 향후 항공기에서 승객과 승무원으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한편, 이 사고로 청소차 운전사, 리무진 버스 운전사 및 승객 10여 명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고, 임나희 승무원도 사고로 입은 경추 염좌 및 타박상을 치료하기 위해 병가 신청 후 현재 통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