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신의 富동산 현장] 배곧신도시에 ‘깜깜이 분양’ 주의보

↑ 부동산 생활백서 중 "깜깜이 분양이 뭔가요?" 편 [사진: 닥터아파트]

올해만 4500여가구가 공급될 배곧신도시에 ‘깜깜이 분양’이 등장했다.

‘깜깜이 분양’이란 건설사가 분양정보노출을 최소화한 상태로 청약신청을 받은 후, 청약통장이 없거나 청약통장 사용을 꺼리는 수요자들에게 선착순으로 아파트 분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9일 찾은 배곧신도시의 한 견본주택 부지에는 ‘5월 16일 GRAND OPEN’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세종종합건설이 배곧신도시 B4블록에 조성하는 ‘배곧 골드클래스’ 견본주택이다.

↑ 5월 16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다고 써붙인 현수막. 이 아파트는 개관 전인 13~15일까지 청약을 실시한다.

아파트투유(www.apt2you.com)에 올라온 이 사업장의 청약일정은 견본주택 개관일인 16일보다 앞선 13일(특별공급), 14일(1·2순위), 15일(3순위)이다. 물건도 안보여주고 팔겠다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견본주택을 개관하면 방문객이 충분한 단지정보를 얻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일정시간(보통 일주일 안팎)을 두고 청약에 들어가는 게 상식이다.

이에 대해 배곧 골드클래스의 한 분양상담사는 “아직 내부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모델하우스 오픈이 어쩔 수 없이 청약일정 뒤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종업계 관계자는 “견본주택 개관일정이 청약일보다 늦은 것은 ‘깜깜이 분양’의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는데, 이 사업장의 경우 배곧신도시에서도 다소 떨어지는 입지와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깜깜이 분양은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사용하는 편법 중 하나다.

분양하는 입장에서는 법정 청약기간에 물량을 투입해야 할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일부 청약 당첨자들이 독점하기 쉬운 인기동, 로얄층 아파트를 청약자격 제한이 없는 많은 일반 수요자들에게 돌려 계약률을 높일 수도 있다.

이들은 주로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간지 등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당첨자 추첨 및 계약을 하루만에 끝내는 방식을 활용한다.

문제는 깜깜이 분양을 할 경우 분양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예비청약자들이 청약통장을 사용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는 점이다. 또한 우선 청약에 따른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분양정보에 ‘깜깜’한 청약자들은 우선 청약에 따른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정당 순위자양방식이라는 점에서 전략이기보다는 꼼수에 더 가깝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공급 가구수가 20가구 이상이면 반드시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깜깜이 분양도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을 진행하는 등 절차는 따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청약통장 가입자들을 배제했다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비 청약자들은 어떤 물건인가 확인하기에 앞서, 어떻게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인가도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