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수록 적자 제품이 있다. 한 생산 라인을 풀 가동시켜 만드는 제품은 대략 9500개 정도. 하지만 이 중 연간 1500개 제품만 팔리는 실정이어서 8000개 이상은 전량 폐기 처분한다. 개발비를 제외하고 매년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다. 해당 제품은 MPA 2단계 제품, 만든 이는 매일유업이다.
MPA 분유는 선천성대사 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 분유다.
신생아 6만명 중 1명꼴로 태어나는 선천성대사 이상 환아들은 선천적으로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다. 아예 아미노산 분해 효소가 만들어지지 않아 모유는 물론 고기, 생선, 심지어 쌀밥에 포함된 단백질조차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다.
식이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아미노산 및 대사산물이 축적돼 운동발달 및 성장 장애를 겪게 된다. 뇌세포 손상은 물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자녀의 선천성대사 이상 판정 소식은 부모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식단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들을 위해 매일유업이 손발을 걷어부쳤다. 1999년부터 순수 자체 기술로 특수 유아식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특정 아미노산을 제거한 대신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성분을 보충했다. 이같은 제품 생산이 가능한 곳은 매일유업이 업계에서 유일하다.
특히 최근 선보인 MPA 2 단계 제품의 경우 1단계(0세부터 3세용)와 달리 4세 이상의 환아들을 위한 것으로 주목 받는다. 기존 제품이 분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성인이 돼서도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은 식이관리를 하며 특정 분유를 평생 먹어야 한다"며 "2단계 제품 출시는 수년간 환아와 환아 부모들의 큰 숙원 사업이었는데 결실을 거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 작고한 김복용 선대회장은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누구보다 바랐다. 기업의 수익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르는 임무와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선대회장의 뜻이 특수 분유를 생산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MPA 제품 외에 페틸케톤뇨증, 요소회로 대사이상, 단풍당뇨증, 호모시스틴뇨증 등을 앓고 있는 환아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생산 중이다. 이들 제품 역시 생산량의 15~30%만 사용되고 나머지는 유통기한 등을 이유로
매일유업 관계자는 "MPA 2단계 제품을 먹어야 하는 환아는 국내 단 17명 뿐이어서 만들수록 적자가 나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만들지 않으면 이들은 고가의 수입산 분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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