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맥아와 고구마를 조합해 유럽맥주대회에서 수상을 거듭하고 있는 코에도(COEDO) 맥주가 주목받고 있다.
코에도 맥주는 1970년대 유기농 야채 유통회사로 출발했으며 장인정신을 담은 수제맥주를 제조하겠다는 일념으로 1996년 카와고에시에 맥주 양조장을 설립했다. 회사명은 양조장이 있는 카와고에시의 별칭인 KOEDO('작은 도쿄'라는 뜻)에서 딴 것이며, 2006년 10월 브랜드 세계화 차원에서 맨 앞 알파벳을 C로 교체해 지금에 이르렀다.
코에도 맥주는 지난 2007년 이후 매년 세계적 수준의 식품경연대회에서 수상을 거듭하고 있다. 코에도 대표맥주인 베니아카는 벨기에의 ITQI(International Taste & Quality Institute)로부터 3년 연속 상을 받았으며 세계에서 7번째,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Crystal Taste Award를 수상했다.
↑ 코에도가 출시한 맥주제품. 왼쪽부터 베니아카, 루리, 시로, 카라, 시코크 |
베니아카 맥주는 붉은 빛이 감도는 호박색을 띄며 자색고구마의 달콤함이 특징이다. 전세계맥주 중 유일하게 고구마를 원료로 하고 있으며, 코에도의 다른 맥주보다 높은 알코올 함량과 긴 숙성단계를 요구해 그만큼 깊고 풍부한 맛이 일품이다.
카라 맥주는 붉은 색채가 도는 골든 브라운 맥주다. 엄선된 아로마 홉이 청포도와 흡사한 향기를 내며, 여기에 홉의 씁쓸함이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낸다.
시코크 맥주는 검은색의 다크 라거 맥주다. 블랙 몰트와 초콜릿 몰트가 가볍고 부드러운 아로마를 지닌 다크맥주의 원료로 쓰인다. 특유의 커피향과 초콜릿향이 맥주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루리 맥주는 부드러운 거품의 콘트라스트와 선명한 황금색을 띈다. 홉의 씁쓸한 맛이 도드라져 세련된 맛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맥아 싱글몰트와 홉의 조합으로 제조된다.
시로 맥주는 다소 흐릿한 황금 색상의 무여과, 비열처리 맥주다. 화이트 맥주의 일종이며 밀 몰트와 발효 효모가 사용된다. 여기에 바나나 향의 아로마가 첨가돼 맥주 소비자에게 향긋한 느낌을 준다.
코에도의 양조장이 있는 카와고에시는 도쿄 이케부크르역에서 토부토조센(東武東上線)라인을 타고 북서쪽으로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카와고에역에서 다시 택시로 15분 거리, 수제 맥주 양조장답게 아담한 크기의 코에도 공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맥주맛을 내는 3요소는 맥아, 홉, 온도다.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가지각색의 맥주맛이 나오게 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수천가지의 맥주개발이 가능한 셈이다.
맥주 제조 공정 중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보리에 싹을 티워 맥아를 만드는 일이다. 온도를 높여 맥아를 건조시키는 정도에 따라 맥아의 색은 물론 맥주의 맛도 달라진다. 커피를 로스팅 시키는 원리와 같으며, 가장 높은 온도에서 건조시킨 검은 맥아는 코에도 흑맥주 '시코크'의 원료가 된다.
두 번째 과정은 맥아를 분쇄시켜 따뜻한 물과 섞어 담금조에서 당화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분이 맥아당으로 변한다.
맥아당은 여과조에서 맥아껍질과 찌꺼기를 여과하는 과정을 거친다. 맥아즙은 끈적끈적하고 갈색빛을 띄는 반투명한 액체로, 한잔 들이켜니 따뜻한 식혜같은 맛을 냈다. 시게하루 아사기리 코에도 사장은 "인위적 압력을 쓰지 않고 자연적 여과로 졸졸 흘려보내는 수준으로 여과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인위적인 힘을 최대한 배제해 자연적인 맛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여과된 맥아즙은 다른 탱크로 옮겨져 홉을 넣은 다음 다시 끓인다. 홉은 영국-프랑스-벨기에-독일-오스트리아 등 홉 제조에 적합한 기후와 위도를 지녀 '맥주벨트'로 불리는 지역에서 공수한 것을 쓴다. 이 과정에서 맥주 고유의 향과 쓴맛이 형성된다.
세 번째 과정이 발효와 숙성 공정이다. 담금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맥아즙을 열교환기를 통해 미생물 번식을 막기위해 급랭시킨 후 맥주 효모(이스트)를 첨가한다. 이스트가 맥아당을 섭취하고 배설한 분비물에서 맥주 특유의 알콜과 탄산가스가 형성된다. 코에도의 경우 발효시간에 따라 탄산농도를 조정할 뿐 인위적인 탄산 주입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맥주는 다시 0℃ 정도에서 몇 주간 천천히 숙성된다. 코에도 직원이 숙성 중인 맥주를 한잔씩 따라줬다. 저온실에서 적정한 온도로 숙성중인 맥주를 바로 따라 마셔서인지 한층 신선하고 부드러운 목넘김이 느껴졌다.
이후 맥주는 여과 공정을 거쳐 캔, 병, 생맥주통 등 다양한 용기에 포장된다. 다만 코에도 '시로'의 경우 이후 여과 과정이 없어 최종제품도 다소 탁한 색깔을 띈다는 후문이다.
병맥주의 경우 소비자들은 액체가 가득 차 있지 않고 병위 작은 공간이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사기 사장은 "맥주는 산화에 약하기 때문에 병위 맨 위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소량 주입해 산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설명 후 아사기 사장은 "맥주는 미생물과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품"이라며 "이에 따라 코에도 공장 직원들은 발효식품을 섭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발효식품에 함유된 유산균은 생명력이 강해 직원들이 섭취할 경우 소화기관과 옷 등에 달라붙어
아사기 사장은 "내가 너무 민감한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장인정신이 담긴 최상의 맥주맛을 내려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 카와고에= 매경닷컴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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