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측 대로변 펜스 뒤 마곡지구 오피스텔 부지, "2·26 전월세안정화대책" 발표 전·후로 투자심리가 극명하게 나뉘는 이 지역 오피스텔 시장은 투자자의 관심은 많지만 "세금폭탄" 우려에 계약까지 연결되지 않고 있다. |
#화곡역 인근에 오피스텔 1실을 보유 중인 박모씨(남, 50대)는 인근 지역의 공급물량 증가에 따른 임대수익률 하락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는 최근 투자부담이 적은 소형 오피스텔을 하나 더 사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2·26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결정을 잠시 보류하고 시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부동산투자를 흔히들 심리게임이라 말한다.
거주목적의 실수요자는 차치하더라도 여윳돈으로 오피스텔이나 상가 같은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 입장에선 내 돈이 효자노릇을 할지 아니면 발목을 잡을지 고민되는 요즘이다.
특히 정부가 다주택자의 전·월세 소득에 과세를 물겠다는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발표 이후 오피스텔시장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꼴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4월 오피스텔 매매시장은 평균 0.05%의 하락세를 보였다. 월세가격은 전분기 대비 0.02%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수익률은 5.78%로 전분기 대비 0.02%p 하락했다.
이런 하락세는 오피스텔 투자 붐으로 공급량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정책적 영향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3월 말 부동산써브가 전국의 공인중개사 11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공인중개사 10명 중 8명은 2.26대책에 포함된 ‘임대소득 과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2.26대책에 대한 추가 보완조치를 내놓는다면 포함돼야 할 내용’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2.26대책 및 임대소득 과세 철회(재고,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2주택자 임대소득 비과세, 시행 시기 유예, 세율 및 대상 조절 등 내용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대책을 내지 말고)그대로 두라는 견해도 많았다.
지난 10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찾은 마곡지구, 곳곳에 펜스를 치고 아파트를 올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인부들의 모습이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 땅임을 실감케 했다.
현재 마곡지구에 입주를 앞둔 공공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프리미엄이 붙고 대형 잔여물량도 속속 팔려나가는 등 인기가 높다.
지난해 8월 SH공사는 9개 단지, 총 2854가구를 이곳에 공급했다. 1‧2순위 청약에서 평균 2.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80가구만 분양했던 전용면적 59㎡와 가장 분양물량이 많았던 84㎡ 1510가구는 이미 물량이 동났다.
송정역 인근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형인 114㎡의 일부 잔여물량만 남아 있다”면서 “이조차도 계약률 97%를 보여 입주시기인 5월 전 잔여물량을 모두 소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 오피스텔 시장은 어떨까.
마곡지구는 지난해 분양에 나선 10개의 오피스텔 단지를 모두 완판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해 9월 분양에 나섰던 ‘마곡지구 헤리움Ⅰ’는 오피스텔로는 드물게 단 3일 동안 견본주택에 7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11월 ‘마곡 힐스테이트 에코’ 역시 5일 만에 100% 계약을 완료했다.
올해 초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지난 2월 분야에 나선 ‘마곡대명 투웨니퍼스트’는 분양을 시작한지 15일 만에 전 세대 마감했다. 이 같은 인기는 마곡지구의 확실한 개발계획에 따른 풍부한 수요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R&D연구 인력의 유입은 마곡지구 오피스텔 시장에 각지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실제 지난달 에쓰오일(S-OIL)과 호서텔레콤 등 4개 기업이 추가로 입주계약을 체결해 지금까지 LG사이언스파크(LG전자·LG이노텍 등 LG그룹 11개사), 롯데, 대우조선해양, 이랜드 등을 비롯해 31개 대기업과 24개 중소기업이 입주 계약 체결을 마친 상태다.
여기에 이화의료원과 이화여대의대도 2017년 들어올 예정이다. 입주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마곡지구는 향후 상주인구 약 4만명, 유동인구 약 40만명에 이르는 초대형 업무지구로 자리잡는다.
아파트 시장과는 사뭇 다른 마곡지구 오피스텔 시장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2·26 대책’ 발표 이전과 이후가 극명히 나뉘며, 대책 이후 분양에 나선 오피스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 마곡지구 오피스텔 분양물량의 2·26 대책 전후 청약경쟁률 비교 [자료: 부동산114, 부동산써브, 닥터아파트] |
지난달 21일 송정역 인근에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분양에 돌입한 ‘마곡지구 경동 미르웰’은 대책의 영향(?)을 제대로 맛보고 있다. 이곳은 늘 투자고객으로 북적이지만 눈에 띄는 실적은 없다.
이유는 바로 투자심리 위축. 10일 찾은 ‘마곡지구 경동 미르웰’ 견본주택에는 상담을 받거나 유닛을 둘러보는 투자자들로 발디딜 틈없이 운집해 있었다.
이날 만난 분양업체 늘푸른 김태성 이사는 “평일에도 투자문의나 방문객들은 넘쳐난다”면서 “이들 대부분은 가격이나 입지에 만족하지만 계약서 작성은 꺼린다”고 말했다.
이유인 즉, 2·26 대책으로 세금폭탄에 맞는 것 아니냐 불안심리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
김 이사는 이에 대해 “견본주택을 찾는 투자자들 대부분은 이번 대책의 과세 기준*과는 거리가 멀지만 투자심리 자체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3주택 이상 보유자, 2주택 보유자로서 주택임대소득 연간 2000만원 초과자, 1주택자로서 기준시가 9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의 임대소득)
마곡지구는 앞으로 △마곡센트럴푸르지오시티(510실) △마곡디엠시티(1,031실) △동익미라벨마곡(911실) △일성트루엘플래닛(596실) 등 분양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풀 꺾인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들 단지의 고전이 예상된다.
대책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지역별, 금액별로 따로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도 결국 투자수요가 아닌 투기수요를 잡기위한 방안”이라며 “큰돈을 벌기 위해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심권 오피스텔을 몇 실씩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과세대상자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마곡지구=매경닷컴 조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