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쌀 협상 실패…한국도 쌀 개방 불가피할 듯

필리핀이 상당한 대가를 제시하고도 쌀 관세화 유예 조치를 5년간 재연장하기 위한 협상에 실패하면서 우리나라도 쌀 시장 개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필리핀이 요청한 쌀 관세화 의무의 5년간 추가면제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습니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매년 쌀 일정량을 의무수입하는 대신 쌀 시장 개방을 연기하기로 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로 모든 상품시장을 개방할 의무를 지게 됐으나 쌀은 그 특수성을 고려해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일정량, 즉 최대 국내 소비량의 4%를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대신 시장개방을 10년간 미뤘습니다.
이후 2004년으로 쌀 관세화 유예가 종료됐으나 우리나라는 재협상을 벌여 의무수입물량을 국내 소비량의 7.96%에 해당하는 40만8천700t까지 늘리기로 하고 10년 뒤인 2015년에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올해 9월까지 WTO에 쌀 시장 개방 여부를 통보해야 합니다.
정부는 사실상 쌀 시장을 개방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농민단체 등은 관세화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고 의무수입물량도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필리핀이 의무수입물량을 대폭 늘리는 등 상당한 대가를 제시했음에도 결국 협상 타결에 실패한 것은 우리나라 역시 쌀 관세화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 이상범 기자 / boomsang@naver.com, boomsa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