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30년까지 19조원을 투입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을 현재 두배인 5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시는 서울을 5개 권역으로 쪼개 국제관광(종로.광화문), 스마트기술(창동.상계), 모바일융복합(개포동) 등 지역 여건에 맞는 20대 산업 거점을 조성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형 창조경제 모델-경제비전 2030'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1년여 준비한 청사진으로,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의 경제공약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중장기 플랜 위주라 신선감이 떨어지고, 재원조달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비전 2030'의 핵심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거점개발이다. 예를 들어 동남권(삼성~잠실)은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으로, 서북권(DMC.서울혁신파크)을 창조.문화산업 혁신기지로, 서남권(마곡.G밸리)은 지속가능 성장거점으로 육성한다. 이와 함께 귀금속 수제화 등 136개 특화산업을 키우기 위해 개발진흥지구를 구축하고, 한류.관광.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을 3대 신성장산업으로 집중 지원한다.
박 시장은 인접한 수도권 도시들에 대해 "'수도권 대도시 경제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강남.잠실.문정지구는 과천.판교 등 경기 남부권과, 상암.수색.마곡지구는 부평.계양 등 인천 동북권과 연결해 서울과 인접지역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또 "경제 전담 부시장을 신설해 비전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경제비전2030은 방대한 분량에도 '박원순표 경제공약'이라고 콕 찝을만한 컨텐츠는 찾기 어렵다. '서울플랜2030' '마곡지구 개발계획'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발전계획' 등에 이미 언급된 내용 위주기 때문이다.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경제비전 실현을 위해서는 올해부터 2016년까지 3조3000억원이 투입돼야 하고 2030년까지 19조원이 소요된다. 서울시는 민간재원을 적극 유치해 장기투자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국가예산 지원없이 서울시 자력으로 1인당 GRDP 5만달러가 가능할지 의문"
한편 박 시장은 서울 시내 '타요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저작권'을 주장하자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만들었든 먼저 응용하는 게 '장땡' 아니냐"며 "먼저 써먹는 게 임자다. 창조경제는 응용과 융복합 아닌가"라고 올렸다.
[박만원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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