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으로 외국에 유출된 국내자본이 한 해 최대 24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7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조세회피처로의 불법 자본유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국의 불법 자본유출 규모는 최소 6조원에서 최대 24조3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불법 자본유출이란 정상적인 송금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외국으로 빠져나간 자금을 의미한다. 국내 본사가 외국 자회사와 내부거래를 하면서 수입가격을 높게 조작해 국내소득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행위도 포함된다.
불법 자본유출은 그 금액을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지만, 조세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국제수지표와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 등을 활용해 자본유출 규모를 추산했다. 조사결과 1980~2012년 한국의 불법 자본유출 누적치는 160조8000억∼269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33년간 연평균 4조9000억~8조2000억원이 불법적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불법 자본유출 규모는 1990년대 들어 크게 증가했다.
1980~1990년 53조2000억~55조6000억원 수준이던 불법 자본유출 누적치 추정액은 1990~2001년 85조3000억~106조900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2002~2012년 누적치는 22조3000억~107조원 수준이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법 자본유출이 급증했다. 2003~2007년 연평균 유출액 추정치가 632억~5692억원 수준이었지만 2008~2012년에는 4조4000억~20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1만 달러 미만을 외국에 갖고 나갈 때에는 신고 의무가 없지만, 유출된 자금의 상당수는 조세회피나 탈세를 위해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이 역외탈세 조사를 본격화한 이후 추징세액은
역외탈세 방지에 대한 국제공조가 강화되면서 최근 한미 양국은 한국인이 미국에 연이자 10달러가 넘는 예금을 갖고 있으면 한국에 자동으로 통보되는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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