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5가 27일 결국 SK텔레콤을 필두로 이동통신 3사에 의해 조기 출시됐다. 삼성전자가 당초 공언했던 다음달 11일 전세계 출시는 물건너간 셈이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먼저 출시함에 따라 조기출시설로 비롯된 양사간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기습 출시…KT, LG유플도 같은 날 출시
SK텔레콤은 이날 갤럭시S5를 자사 오프라인 대리점과 온라인 공식 대리점을 통해 출시한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대리점을 통해 구매할 경우 이날 바로 갤럭시S5를 사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5월 19일까지 구매할 경우 착한기변 프로모션을 적용해 10만원 추가 할인해주며 선착순 5만명에게 데이터 5GB를 무료 제공하는 등 판매를 독려할 방침이다.
SK텔레콤 측은 "다음달 5일부터 SK텔레콤 영업정지가 시작되면 자사 고객은 갤럭시S5를 구매하기 위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며 "이번 선택으로 세계최초로 갤럭시S5를 출시해 고객의 단말 선택권을 확대·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행보도 빨라졌다. 지난해와 올해 초 과도한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현재 영업정지 중인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이날 갤럭시S5 출시를 결정했다.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은 제한되지만 현 단말기 사용이 24개월을 넘었을 경우 기기변경이 가능하다.
KT는 갤럭시S5를 이날 올레닷컴과 오는 28일 전국 올레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KT는 갤럭시S5를 구입하는 자사 고객에 한해 단말보험인 '올레폰 안심플랜'을 3개월동안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월정액 7만7000원 이상 요금제 사용 시 전용 액세서리인 '삼성 기어핏'을 반값 할인해주기로 결정했다. '2배 빠른 기변'을 통해 가입한 고객에게는 1년 뒤 최신형 휴대전화로 기기 변경할 때 잔여할부금과 할인반환금도 면제해준다.
LG유플러스도 이날 오후부터 LG유플러스 매장을 통해 갤럭시S5 판매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LG유플러스는 갤럭시S5를 통해 자사 능동형 스마트 비서 서비스인 'U스푼'을 제공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조만간 갤럭시S5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 가입자, 기기변경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1차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5일부터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조기출시는 합의 안된 사항…유감"
삼성전자는 SK텔레콤으로 시작된 갤럭시S5 조기 출시에 대해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전날만 해도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IM) 사장이 직접 조기출시설을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측은 이날 SK텔레콤의 갤럭시S5 출시에 대해 합의되지 않았으며 유감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갤럭시S5의 국내 출시에 대해 글로벌 출시가 4월 11일날 정해졌을 뿐 유동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우 글로벌 출시와 국내 출시가 같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와 협의 하에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SK텔레콤이 양사 합의를 불사하고 일방적으로 내놓는 경우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번주 초부터 조기출시설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기 출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5의 글로벌 출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갤럭시S5 월드 투어 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26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갤럭시S5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갤럭시S5가 판매를 시작함에 따라 이미 출시된 제품을 해외에서 새로 소개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4월 11일로 정해진 글로벌 출시일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갤럭시S5를 국내에서 정식으로 소개하는 자리도 아직 갖지 않았다.
◆SKT-삼성 신뢰 관계 '흔들' 다음 신제품 출시는 어떻게
갤럭시S5를 두고 벌어진 이번 갈등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간의 관계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사간의 합의로 진행되는 신제품 출시가 이해관계와 맞물려 깨질 수도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 등이 이번에 판매하는 갤럭시S5 물량이 초도물량으로 알려짐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에 신제품 초도물량을 조절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제조사와의 신뢰 관계를 허물면서까지 신제품을 출시한 데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됐다.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 출시 파트너로 SK텔레콤이 아닌, KT나 LG유플러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SK텔레콤이 국내 이동통신시장 과반수를 점유한 1위 사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의 갤럭시S5 출시에 대한 대응 방안을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김용영 /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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