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1700선에서 대단위 조정이 예상돼 관망하며 현금을 늘리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박상운 FWS투자자문 대표(50)의 전망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25일 코스피는 44.10포인트(2.75%) 내린 1560.83으로 마감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관망하는 자세를 요구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남북 문제 등 예기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주가를 뒤흔들어놓을 복병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최근 주가는 고점인 1750선에서 10% 가량 내린 것으로 공포 분위기라 할 수 없다"며 "현 상황은 기술적 조정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스피가 1500선을 지켜주면 정상적 대응을 하면 되고 1500선이 깨지면 깊은 나락으로 빠져 더블딥 우려도 발생할 수 있어 위험(리스크) 관리에 주력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매수를 하더라도 조정이 멈추고 상승으로 돌아 섰을 때 '무릎에서 사라'는 격언을 참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외국인의 매매 동향이다. 박 대표는 "코스피를 1750선까지 끌어올렸던 외국인이 이탈하면서 지수의 하락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시장 전망에 대한 시각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외국인 매매 추이에 따라 하락세가 어디서 멈추는지를 살핀 뒤 주식 매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등장이 올 때 관심을 둘 만한 종목에 대해선 올해 1~2분기 상승장의 주도했던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삼성전기, LG 이노텍, LG화학, 삼성SDI를 추천했다.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금융 시장이 안정화 될 경우 각 국의 출구전략 시행, 원화의 가파른 상승, 공개물량 증가 등이 예상되는데 이 역시 시장에 부담(공포)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금리 인상 전까지 코스피는 또 다시 1500~1750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박스권 상향 이탈 이후 출구전략이 시행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의 경우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사상최저인 2.00%로 낮춘 이후 15개월째 동결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남유럽 재정 위기 안정화 이후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어 결국 또 다시 요동치는 주식시장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금.달러 등 안전자산 투자법에 대해 "현금 보유가 많은 자산가의 경우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일부 비중을 둘 수 있겠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분산해 투자하기엔 변동성이 커 위험하다"고 말했다.
등잔불을 켜고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산간벽촌에서 자란 박 대표는 연봉 4500만원의 증권사 샐러리맨에서 불과 40세에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되며 유명세를 탔다.
박 대표는 연세대 상대를 졸업한 후 88년 증권사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타고난 투자감각으로 많은 고객이 몰려들었다. 신입사원 때 이미 그 지점 약정고의 70%가량을 혼자 담당했다. 영업을 오래 즐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1년 남짓 지난 후 우리사주로 받은 증권사 주식을 팔아 유학자금을 마련해 홀연히 MBA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가 유학을 결심하고 우리사주를 판 것은 89년 2월. 88년 1월 주가지수는 506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두 배인 1000으로 육박하던 중이었다. 주가는 초고속으로 치솟았고 전문가들은 호들갑과 함께 추천을 거듭했다. 항상 그러하듯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 광풍에 뒤늦게 뛰어들었고, 89년 4월 1일 1007 고점 이후 한 차례 반짝 반등만을 남긴 채 주식시장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그는 "남들은 주식으로 몰려들고 있었지만 너무 많이 오른다고 생각했고, 너무 탐욕스러워졌다는 생각에 주식투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MBA를 마친 후 증권사로 복귀해 펀드를 운용했다. 94년부터 96년까지 운용하는 동안 시장 평균은 연 -25%였는데 수익률은 +23%로 48%의 초과수익을 거뒀다.
당시 투자전략은 '현금은 최대한 오랫동안(10개월 이상) 보유하고 주식은 최대한 짧게(2개월 미만) 보유하는 투자'였다. 여기서도 '절제'는 드러난다. "가끔씩 100% 이상 수익을 거두는 경쟁자도 있었다. 그러나 난 이자율의 두 배(그 당시 14~15%대였으니 수익률 28~30%대) 수익만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정의하는 '합리적인 수익'이다.
박 대표 투자의 하이라이트는 99년 타워팰리스 분양 때다. 초기에 미분양까지 났던 타워팰리스였다. 증권사 샐러리맨이 분양가 45억원의 펜트하우스를 선뜻 분양받자 주변에서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가 1만달러로 바뀌면 전혀 새로운 주거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죠. 뉴욕 도쿄 시카고 등 선진 대도시에서는 부자들이 모여사는 곳에 높은 집값이 형성됩니다. 우리도 같을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사실 미분양이긴 해도 당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64㎡가 3.3㎡당 600만~700만원이었는데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는 3.3㎡당 2000만원이 넘었으니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투자였다. 그 당시 투자한 타워팰리스는 지금 시가로 4배가량 올랐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까지 최고의 타이밍을 골라 투자해 온 것이다.
타워팰리스 입주자들 사이에서 박상운 대표는 꽤 알려진 편이다. 입주자 골프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고, 그의 투자스토리가
지난 2006년 11월부터 한국타이어 그룹과 공동설립한 투자자문사인 FWS투자자문 대표를 맡아왔고 있으며 현재 약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시장이 '공포'에 요동친 2008년말부터 2009년말까지 1년여 기간 동안 10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기록, '공포'에 강한 투자고수임을 입증했다.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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