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공채 원서 접수를 5일 앞두고 영어 능력 시험 최저 조건을 상향 조정해 취업준비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회사 측은 특성 상 영어 능력이 중요시되는 직군에 한해 조건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19일 계열사 16곳의 올해 상반기 3급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발표했다.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성적이 4.5 만점에 3.0 이상이라는 지원 요건은 예년과 같았지만, 6개 계열사는 토익스피킹(TOEIC Speaking), 오픽(OPIc) 등의 영어 말하기 시험의 최저 요건을 올려 잡았다.
삼성SDS ICT기술개발 부문은 오픽 등급을 IL에서 IM으로, 토익스피킹은 5급에서 6급으로 지원 요건을 올렸다. 삼성중공업 해외 영업 부문 어학 요건도 오픽은 AL, 토익스피킹은 8급으로 조정됐다.
그외 삼성물산 건설 기술 부문, 삼성에버랜드 패션 상품기획·영업 부문, 제일모직 연구개발·엔지니어 부문, 제일기획 글로벌 비즈니스 등도 지원 요건을 높였다.
삼성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영어 조건 조정은 특성 상 해외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직군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먹거리를 찾는 추세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입사 지원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조건이 달라져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취업준비생 A씨는 "삼성 같은 대기업은 근무 여건이 다른 곳에 비해 좋기 때문에 취준생 사이에 희망 직장 1순위"라며 "원래 가고 싶던 기업이 어학조건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계열사에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취업준비생 B씨는 "삼성은 지원 자격만 갖추면 인적성검사인 싸트(SSAT)는 보게 해준다는 지인들의 조언을 듣고 어학점수도 지난해 최저 기준 수준으로 준비했다"며 "영어 실력을 1주일 안에 향상시킬 수 있을지, 그야말로 멘붕"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구직자들이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는 점수
오픽의 경우, 오는 23~25일에 예정된 시험의 결과가 삼성의 공채 지원 마감일인 28일에 발표된다. 토익스피킹도 23일 치러지는 시험 결과가 27일 오후 6시에 발표돼 삼성 지원 시 점수를 반영할 수 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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