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재성 원장과 개그맨 정종철이 영어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요. 얼마전 촬영 차 필리핀에 다녀왔는데 외국인만 보면 말을 걸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더라고요. 겁 없이 자꾸 영어로 말하는 제가 스스로도 놀라워요. 영어 공부 열심히 했냐고요? 아뇨. 전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건 안 좋아했어요. 영어를 성대 모사하는 방식으로 그냥 듣고 똑같이 소리 내며 따라서 읽기만 하면 실력이 향상 될 거라는 말을 믿고 무작정 해봤죠.”
개그맨 정종철 씨가 윤재성(59) ‘Hear say 영어습득소’ 원장과 인연이 된 건 지난 1월, 영어에 귀가 트인건 그로부터 3주차다.
정종철 씨는 문장 하나를 반복해서 듣기만 했다. 일주일을 들으니 단어가 하나씩 들리기 시작하더란다. 유튜브에서 ‘얼리어답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미국 청년이 진행하는 전자 기기 소개 코너는 이제 영상을 보는 재미와 귀로 듣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정종철 씨에게 ‘소리 영어’를 전수한 윤재성 원장은 그동안 영어 교육법과 조금 다른 독특한 방식을 이야기했다.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발성입니다. 한국어는 가슴에서부터 소리가 나지만 영어는 소리가 가슴 아래 배에서부터 납니다. 복식호흡인 셈이죠. 소리의 근원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이 영어를 100% 이해하기 힘든 겁니다. 영어를 잘하려면 그들이 말하는 방식을 배우고 소리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윤 원장은 미국인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소리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단어 하나하나를 끊어서 발음하는 미국인들의 발성법과 호흡법을 알아듣는 법, 똑같이 말하는 방법을 익히면 원어민과 똑같이 무슨 말이든 듣고 말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이 발성을 강조하는 ‘소리 영어’를 개발하기 시작한 건 10여년 전, 영어 때문에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당하면서였다. 대학에서 무역업을 전공하고 무역 사업을 하던 중, 영어를 대충 알아듣고 계약서에 사인한 것이 화근이었다. 영어로 인해 10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고 영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 윤재성 원장은 "성대모사에 재능이 있는 개그맨 정종철 씨는 1년 안에 영어를 모국어처럼 듣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그는 그 이후부터 영어 공부에 파묻혀 지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한 거라곤 영어 단어와 숙어를 더 외우고, 문법 공부를 더 꼼꼼하게 정리하는 것이 다였다.
“참 답답했어요. 눈으로 배우고 공부하는 영어와 실제 대화에서 쓰이는 영어를 익히는 것과 괴리감을 느꼈죠. 조금 더 쉽고 단순하게 모국어처럼 영어를 배울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아기가 말을 익혀가는 과정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윤 원장은 아기가 태어나면 한글부터 배우지 않고, 엄마와 아빠의 말을 들으면서 입을 떼는 원리에서 교육법을 발견했다. 글을 몰라도 소리를 들으며 말을 배우게 되는 원리를 체계화 시킨 것.
“언어는 저절로 배워지는 것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억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평생을 영어공부를 하는데 왜 영어회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시험만 잘 보게 하는 교육법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의 주입식 영어 교육의 폐해죠.”
그는 단어, 숙어, 문법 순으로 하던 영어공부를 그만두라고 권했다. 미국인들이 어떻게 영어로 소리를 내는지 가만히 듣고 또 들어 보라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서 눈으로 먹을 수는 없죠. 영어도 마찬가지에요. 소리를 내며 말을 해야지요. 우리는 책을 통해 눈으로 문자를 공부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중국어를 처음 배울 때 ‘4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하죠? 그만큼 소리 내는법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영어에는 적용하지 않았을까요?”
윤 원장의 ‘소리영어’를 토대로 영어에 익숙해진 여대생 서지형(27) 양과 곽예린(23) 양은 지난 2012년부터 1년간 집중교육을 받고 지난해 삼성동 백암 아트홀에서 영어 발표회를 치렀다. 각각 10분간 영어로 말하는 자리였다.
그녀들은 “중학교 때부터 영어 과목을 공부했고, 대학입학 할 때까지 영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며 “토익 점수는 잘 나오는데 외국인을 만나면 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벙어리였다”고 고백했다.
↑ 윤재성 원장은 영어는 단어, 문법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발성법을 익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윤재성 원장은 소리와 발성을 익히며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이들이 배출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3년전 온라인 사이트 ‘윤재성의 소리영어’를 오픈했다. 온라인 카페 회원수는 2만명이다. 분당에 위치한 ‘Hear say 영어습득소’에서는 오프라인 집중반 학생들이 하루 10시간씩 머무르며 영어로 생활한다. 강의실은 6개, 한 클래스에 10명 전후로 구성됐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다. 이들의 손에는 노트도 펜도 없다. 모인 학생들은 “영어는 공부가 아니다. 의지만 있으면 1년이면 누구나 영어를 모국어처럼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 원장은 초등학교 어린이를 위한 영어 교재를 개발할 계획 중이다. 글을 모르는 채 배우는 영어 교재다. 책에는 글자는 없고 그림과 소리만 넣을 예정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1세 수준의 어휘와 문장으로 구성하고, 2학년은 2세 등 각 학년에 맞게 구성해 6학년을 졸업할 때는 미국의 6세 어린이 정도의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
“저는 영어를 돈벌이의 수단보다는 사회적 공유의 측면으로 접근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펼칠 수 있습니다. 발성으로 영어와 친해진다면 한국은 영어 강국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면 다음엔 중국과 일본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매경닷컴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