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가 하나 둘 개막을 알리며 재선임되는 제약업계 오너 2~3세 대표이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제약업계 이사들은 대체로 재선임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지만 조용한 경영지원에 나선 '딸'들의 행보 역시 주목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장된 국내 제약기업 오너의 딸들 가운데 임원급 인사로 기업 경영을 지원하는 사람은 5명 정도로 확인된다. 다만 임원이 아닌 팀장급이나 사원으로 업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너 2세 여성 임원은 단연코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의 장녀인 김은선 회장(56)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09년 회장 자리에 오르며 본격적인 보령제약의 2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김 회장은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한 뒤 전략기획실 사장, 그룹 부회장 등 여러 부서와 역할을 두루 거치며 착실한 경영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수출 계약 체결과 군포공장 부지 개발 등의 호재가 이어지면서 김 회장의 경영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령제약그룹에서는 김승호 회장의 넷째딸이자 막내딸도 계열사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보령메디앙스의 김은정 부회장(45)이다. 김 부회장은 1994년 보령제약에 입사한 이후 1997년 보령메디앙스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3세 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동화약품에서는 윤도준 회장의 딸 현경(34)씨가 이사직을 맡아 신제품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윤현경 이사는 경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로 건너가 존슨앤드웨일스대에서 외식산업학을 전공했다. 이후 2008년 회사에 입사해 광고 홍보 업무를 전담하다가 지난 2012년 임원으로 승진해 신제품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윤 이사는 동화약품 기업이미지(CI)를 비롯해 활명수, 후시딘, 잇치 등의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에는 활명수 116주년을 기념으로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해 한정판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도 망설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에는 임성기 회장의 딸인 임주현 전무이사(40)가 인력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임주현 전무는 미국 보스턴대 음대 출신으로 1997년 사원으로 입사해 7년간 수출 업무 등 글로벌 업무를 담당했다. 2004년에는 인력개발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입사 10년차인 2007년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사내에서는 임 전무에 대해 능력은 물론 임원 신분에도 사원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소탈한 성격이라며 긍정적으로 평한다. 다만 후계구도와 경영권에 관한 문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밖에 신일제약 홍성소 회장의 딸인 재현씨(44)가 전무이사에 올라있다. 홍 전무는 동덕여대 약대 출신으로 부친과 함께 경영전반 업무를 담당한다.
삼아제약 허미애 이사(39)는 허억 명예회장의 딸로 해외사업담당 업무를 하고 있다. 허 이사는 컬럼비아대학교 버나드 경제학과 및 국제대학원 석사 출신으로 지난 2005년 삼아제약에 입사했고 2010년 신규 이사로 선임됐다. 삼아제약의 2대 주주인 허 이사는 지난 7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됐다.
한편 이달 정기 주총에서 재선임되는 오너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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