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는 자동차 미학의 결정체다.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운 라인과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갖췄다. 피겨를 스포츠에서 예술로 끌어올린 김연아 선수처럼 기계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있다. 미학을 위해 실용을 포기했다. 예술품처럼 정통 쿠페도 2도어 2인승이어서 실용성이 떨어지고 가족용 자동차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거주 공간이 부족하고 트렁크 공간도 차체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좁게 설계됐다. 주행 성능과 날렵한 스타일을 위해 뒤 유리가 상당히 눕혀져 뒷좌석 머리 공간도 협소하다. 전고가 낮은 쿠페들은 뒷좌석은 물론 운전석에 타고 내리기에도 불편하다.
자동차메이커들은 다양해지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쿠페의 변화를 시도했다. 정통 쿠페 정의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쿠페의 예술적 가치는 계승했다. 쿠페 상식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쿠페로 진화한 셈이다.
원조는 2003년 등장한 벤츠 CLS 클래스다. 쿠페의 우아하고 다이내믹한 매력에 세단의 편안함과 실용성을 결합해 4도어 쿠페 세그먼트를 개척했다. 2도어 2인승이라는 성역을 깨뜨렸지만 쿠페의 아름다움을 고수한 창조적 파괴자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벤츠 CLS 클래스는 2세대다. 2011년 CLS 350, CLS 63 AMG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디젤 모델인 CLS 250 CDI가 나왔다.
2세대 모델은 한국인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쳤다. 이일환(휴버트 리) 벤츠 어드밴스드 디자인스튜디오 총괄 디자이너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디자이너 중에서도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는 “4도어 쿠페 디자인 작업은 디자이너가 꿈꾸는 모든 것을 갖춰야 하는 드림 프로젝트”라며 “2세대 CLS는 디자인 미학을 추구해 특별하고 멋지면서도 사용자에게 편리해야 한다는 벤츠 정신을 반영하고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방향을 제시하는 쿠페”라고 자랑했다.
그의 말처럼 2세대 CLS는 디자인 미학과 독일 기능주의의 앙상블이다. 미학적 측면에서 1930년대 메르세데스 자동차가 갖춘 미학과 우아함을 모던하게 해석하고 출시 당시 가장 아름다운 벤츠로 불렸던 1세대 CLS의 핵심 DNA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2세대 CLS를 디자인했다.
전면부 라인은 벤츠 SLS AMG를 연상시킨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보닛과 구분해 길고 스포티한 보닛을 강조했다. 프레임이 없는 사이드 윈도우는 기존 벤츠 대형 쿠페의 전통을 계승했다. 아치는 차의 벨트라인과 실루엣의 곡선을 이루며 강렬하다.
그릴은 스너우트라 부르는 돌출된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헤드라이트로부터 앞당겨졌다. 사이드 미러 위치를 높여 윤곽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보잉 747 터빈 엔진이 대량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에어로 룩은 도발적이다.
전반적으로 우아하고(Chic), 고급스러우며(Luxurious), 세련된(Sophisticated) 이미지다. 이름 그대로다.
실내는 사용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높은 벨트라인과 계기판과 함께 차량 내부는 운전자를 편하게 감싸주고 있다. 계기판은 중앙에 큼직하게 들어와 보기에도 좋고 사용하기 편하다. 전문 유리는 탁 트여 시원한 이미지를 주는 것은 물론 시야도 넓게 확보해준다. 트렁크 수납 공간도 쿠페의 한계를 벗어나 넓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판매에 들어간 CLS 250 CDI의 경우 5스포크 18인치 휠, 검정 무광의 리어 디퓨저 등으로 구성된 스포츠 익스테리어 패키지를 기본 사양으로 적용해 더욱 스타일리시하고 스포티해졌다.
한국 소비자를 배려한 편의사양도 눈에 띈다. 독일 본사가 한국 시장을 위해 개발한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여기에 키레스-고,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 주의 어시스트, 7인치 디스플레이에 한글이 적용된 커맨드 APS(COMAND APS) 시스템은 운전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배기량 2,143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과 자동 7단 변속기를 장착해 효율성과 다이내믹 드라이빙이라는 두 마리 토끼도 잡았다.
최고 출력은 204마력(3800rpm), 최대 토크는 51.0kg.m(1600~1800rp
복합 연비는 압권이다. 다이내믹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쿠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연비를 실현했다. 게다가 연료도 가솔린보다 가격이 저렴한 디젤이다. 복합연비는 15.6km/L(2등급), 도심 연비 13.5km/L, 고속도로 연비 19.2km/L다. 가격은 9020만원이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