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주)하남에프앤비 장보환 대표 |
2010년. 7년 동안 버려졌던 상권에 삼겹살집을 오픈했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4년이 흐른 지금. 그는 가맹점 35개, 연 매출 150억 원의 삼겹살 프랜차이즈를 운영중인 CEO로 성장했습니다. 바로 (주)하남에프앤비 장보환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을 이뤄낸 장보환 대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MBN '정완진의 The CEO' 제작진이 직접 그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 아 래 -
Q. 삼겹살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하셨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삼겹살도 최고의 요리가 될 수 없을까.’ 이것이 제가 하남돼지 집을 창업할 때 내세운 모토입니다. 삼겹살 하면 보통 떠올리는 이미지가 소주 안주, 배 채우기 좋은 음식. 이런 거잖아요? 저는 맛도 서비스도 최고급으로 만들어 삼겹살을 기존의 삼겹살과 완벽하게 ‘차별화’시키고자 했습니다.
삼겹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즙’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450도에서 500도 정도의 강한 불을 이용해 고기 겉면을 완전히 익히면 기름이 쫙 빠지면서 느끼함을 없애주고, 육즙을 그대로 보존시켜줍니다. 저희 하남돼지 집의 경우, 최고급 참숯에 초벌구이를 하는데, 이 때문에 향도 맛도 더 깊이가 있습니다. 밑반찬으로는 명이나물을 손님들 상에 내고 있고요. 1kg에 3만 원이나 할 만큼 비싼 식재료지만,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자는 것이 제 전략입니다.
또 직원들이 테이블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고기를 직접 다 잘라드립니다. 고객들 손에 가위를 쥐게 해선 안 된다는 게 제 서비스 철학이죠.
Q. 처음에 오픈하길, 7년 동안 버려졌던 상권에 매장을 내셨다고요. 그 에피소드도 궁금한데요??
창업하기 전에는 1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창업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꿈이 외식사업을 하는 것이었거든요. 언제까지 생각에만 머물게 할 것이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하남시 집 근처에서 임대문의를 하나 보게 됐어요.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이었는데, 초기 창업비용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엔 함정이 있었죠. 바로 ‘7년 간 버려졌던 상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곳은 한때 하남시의 대표적인 회타운 골목으로 유명했지만, 아파트 공사와 입주 문제로 여러 가지 갈등이 빚어지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곳이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런 곳에 창업을 한다는 게 소위 미친 짓(?) 같아 보일 수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비용적으로 봤을 때요.
어쨌든 진짜 맛있는 삼겹살을 만들면 손님들도 결국엔 찾아주지 않겠냐는 단순 명료한 생각으로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근데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어요. 첫날부터 꽉 찬 손님들 때문에 매장에 발 디딜 틈이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동네 주민 분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 매장을 낼 생각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우려했던 것이 반대로 마케팅 효과로 작용했던 경우라고 볼 수 있죠.
Q. 현재 가맹점 35개, 연 매출 150억 원의 프랜차이즈 기업을 일구고 계신데.. 점심 장사는 안 한다, 창업 연령은 만 35세~만45세까지 제한을 둔다, 이런 독특한 원칙도 가지고 계신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점심 장사를 안 하는 이유는 저녁 장사만으로도 충분히 가맹점주가 만족할 만한 매출과 수익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 제가 한 때 직장생활을 할 때 안면근육마비로 쓰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죠. 그 이후 ‘일’이란 건 스스로에게 여유와 행복을 주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이것이 영업시간을 정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창업 연령을 만 35~45세로 두는 것은 그 나이대가 가장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은 손님들께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돼지고기 집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흔히들 겪는 위기가 구제역인데요. 이로 인해 폐업하는 곳도 수두룩하고요. 대표님은 어떠셨어요?
2010년 말쯤 구제역이 발생해서 매출이 주춤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만 어려운 일인가요. 전국에 삼겹살을 판매하는 모든 매장의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로 힘들고, 양돈논가 등도 타격이 심하잖아요. 구제역이란 건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그저 기다리고 버티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언젠가 먹구름이 걷힐 것이라 믿고 있었죠. 역시나 4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구제역 여파도 잠잠해지더군요. 이 힘든 기간을 버텨내느냐, 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런 기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구제역 파동이 일었을 때도 꾸준하게 저희 매장을 찾아주신 고객분들 덕분이었습니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 쉽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직장 생활을 10년 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때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인터넷 쇼핑몰 쪽에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울렛쇼핑몰이란 곳에 있었는데, 여기서 ‘후불제 쇼핑몰’이라는 걸 도입했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 거래 안전장치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돈만 받고 물건을 배송 안 해주는 파렴치한 쇼핑몰들이 많았거든요.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감히 ‘후불제 쇼핑몰’이란 걸 해보자 해서 제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물론 반대도 많았지만, 고만고만한 서비스로는 절대 소비자들을 사이트로 끌어올 수 없다고 판단해 과감히 밀어붙였습니다. 다행히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고, 이후 ‘후불제 쇼핑몰’을 표방한 여러 쇼핑몰들이 생겨났습니다.
그 이후 옮긴 회사에서는 1.5억 원에 달하는 악성채무를 제가 직접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매출은 안정적인데, 1.5억 원이라는 악성채무가 있어서 성장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겁니다.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해줬음에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수수료가 쌓이고 쌓여서 1.5억 원이나 되어버린 것인데, 그 어떤 누구도 이걸 해결할 생각을 못 하고 있는 거예요. 모든 직원들이 생각하길, 이것은 ‘당연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치부해버리는 겁니다. 저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 돌아다니면서 미수금을 회수했습니다. 협박, 회유, 설득... 정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열심히 뛰니까 주위 사람들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우린 안 돼.’라고 생각하던 직원들이 ‘하니까 되네. 한 번 해보자.’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한 거예요. 덕분에 3개월 만에 약 90% 이상의 미수금을 다 받아내게 되었고, 그때부터 회사 수익구조는 정상화되었습니다. 열정 바이러스, 해피 바이러스의 힘이 만들어낸 기적이었죠.
Q. 남다른 생각과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 이게 대표님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저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 혹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속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불제 서비스를 도입하자고 한 것도 다른 쇼핑몰들은 하지 않는 서비스였기 때문이었고, 누구도 해결할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악성 채무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걸 해결해야 저도,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다행히 결과는 모두 좋았고, 두 에피소드 모두 저를 한 단계 성장시켜줬던 일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남돼지 집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남다른 삼겹살’을 만들자는 모토가 있었죠.
Q. 항상 무얼 하든 ‘남다른 것’을 추구하는 대표님.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어떠신지 궁금한데요?
지금이 시작이긴 합니다만, 하남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