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실거래가제 폐지가 그간 침체에 빠져있던 제약사에 호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증권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폐지는 제약업계 전반의 정책 리스크를 감소시켜 매출 신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달부터 재시행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이른바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로, 병원이 정부가 정한 상한가보다 싸게 약을 구매할 경우 차액의 70%를 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원에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 약값을 인하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난 2010년 10월 도입됐다. 이후 2012년 정부의 일괄 약가 인하 정책으로 중단됐다가 이달부터 재시행된 바 있다.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중단, 이후 재시행된 지금까지 제약사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1일 재시행 이후에는 대형병원들이 저가 구매에 따른 70%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기존 계약을 파기한 후 저가 입찰을 요구하거나 가격을 임의로 정해 통보하는 사례가 드러나 문제가 됐다.
이에 제약업계는 물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시민단체들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 대신 일부 병원의 이익만 늘리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실제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시행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인센티브액은 2835억원인 반면 건강보험재정 절감액은 최대 2189억원에 그쳐 최소 64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약가 인하 혜택은 입원 환자만이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제도가 적용되는 대상 자체가 원내 처방약 이기 때문이다. 병원 약제 처방의 80%가 원외 처방으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적용에서 제외된다.
결국 정부와 의약단체 등으로 이뤄진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는 지난 14일 오후 가진 전체회의에서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폐지하고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합의했다. 또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대신 병원의 공개경쟁입찰 확대를 유도해 저가 구매에 대한 간접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시장형 실거래가제 폐지를 전제로 개선방안을 확정해 건강보험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를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행령 개정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이르면 7월에는 폐지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에서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지적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합의로 매출 목표 달성과 투자 확대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재시행을 압두고 적어도 5~10여곳의 제약사들이 200억원대의 매출 손실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매출 순위 20위권내 제약사 중 상당수도 최소 10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봤다.
제약사 관계자는 "오랜 시간 끌어왔던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실효성 논란이 폐지로 가닥을 잡으면서 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라며 "향후 후속 조치 시행에 주목해야겠지만 우선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희 NH농협증권 연구원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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