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보조금 폭탄'에 106만명이 휴대전화 번호이동을 한 가운데 초고속인터넷 시장도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유선망을 도매가에 빌려 초고속인터넷 재판매에 나서면서 경쟁이 심화돼 마케팅비용으로 과도한 지원금이 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데다 법리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 일부 대리점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위약금 처리는 물론 40만원이 넘는 현금 사은품을 지급하고 있다. 또다른 대리점은 최대 60만원까지 현금을 지원하거나 고가의 여성용 핸드백을 제공한다. 해당 핸드백은 백화점에서 5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해 놓은 보조금 한도는 초고속+IPTV가 22만원, 초고속+IPTV+인터넷전화가 25만원이다.
지난 2008년 SK텔레콤은 유선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인수했다. 직접 유선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SK브로드밴드의 유선망을 도매가로 임대한 뒤 SK텔레콤 명의로 가입자를 모집한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사업권을 갖고 가입자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TB끼리 온가족무료' 등 대부분 휴대전화와의 결합상품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데다 SK텔레콤 대리점이나 휴대전화 판매점을 통해 판매가 이뤄져 SK텔레콤으로의 재판매수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SK텔레콤의 누적가입자 수는 169만8000명으로 점유율 0%이던 2009년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9.06% 증가했다. 같은기간 SK브로드밴드의 누적가입자수는 384만7000명에서 285만3000명으로 8.33% 감소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같은기간 각각 0.47%와 0.18%로 1%에 못미치는 증가세를 기록한 것을 볼 때 대부분 재판매를 통해 SK텔레콤으로 가입자가 옮겨간 것을 알 수 있다. 불필요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 역시 커지고 있다. 한국 거래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매출 중 SK텔레콤 재판매 비중은 15.19%(1462억원)였지만 지난 2012년 24.31%(2273억원) 지난해 3분기 30.55%(2090억원)로 비중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 관련 매출은 225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3%에 달했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하는 재판매 대가는 지난 2012년 500억원대에서 지난해 3분기 700억원을 넘어섰다. 별정재판매(MVNO)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은 재판매 대가로 40~50%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초고속 인터넷 재판매 대가가 70%가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증권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망의 빌린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이용해 유선망 재판매에 나서면서 마케팅 비용 역시 대부분 SK텔레콤이 지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부당계열사 지원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인 데다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하더라도 이후 법리적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해당 문제에 관한 부당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의혹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IP-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IP-TV의 원활한 시청을 위해서는 초고속인터넷 설치가 필수적이다. 무선통신 시장에서 5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이 휴대전화를 이용한 묶음상품으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려간다면 향후 IP-TV시장의 독점적 지배권 역시 쉬워진다.
통신업 관계자는 "한차례 번호이동 유치 전쟁이 지나갔지만 공정위와 방통위가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 시장을 주시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보조금 경쟁이 심화돼 경쟁사간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마케팅 비용이란 게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 아니냐"고 전했다. 지난해 통신 3사가 쓴 마케팅 비용은 8조원에 달한다.
SK텔
당시 공정위는 해당 상품이 소매가기반방식을 준용해 적정하게 산정된 데다 결합상품 출시로 시장 경쟁이 촉진돼 결합할인율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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