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이 녹십자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일동제약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출석주주는 위임 주주를 포함해 총 364명으로, 의결주식수 2343만여주의 93.3%인 2186만여주가 참석했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일동제약 경영진은 지주사 안건을 상정했으나 찬성 54.6%, 반대 45.4%로 가결 요건인 3분의 2 찬성에 못 미쳐 부결됐다.
일동제약의 2대 주주인 녹십자가 반대표를 행사해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분 9.99%를 보유한 피델리티도 반대를 던졌다.
주총에서 녹십자 대리인은 "회사의 미래가치와 관련해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한다"며 "표결로 해당 안건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앞서 녹십자는 임시 주총을 일주일 앞두고 지분율을 15.35%에서 27.49%로 늘리고 특수관계자인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셀도 이날 각각 0.88%와 0.99%씩 취득해 총 지분율을 29.36%로 확대한 바 있다. 일동제약의 윤원영 회장의 지분은 34.16%로 녹십자와 4.8% 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피델리티의 지분 9.9%를 인수할 경우 완벽한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 자금을 통해 지분을 늘려야 하는 윤 회장과는 달리 녹십자는 회사 여유자금이 있어 추가 지분 매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일동제약과 합병에 성공할 경우 연매출 1조2000억원으로 제약 업계 1위 회사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은 8800억원, 일동제약은 37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녹십자로서는 매출 증대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혈액제제와 백신에 강점을 가진 녹십자와 달리 일동제약은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에서 고른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혈우병제제 그린진에프, 면역글로불린 아이비 글로불린,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외에 수두백신, 독감 백신에 특화돼 있지만 일반의약품이나 기타 전문의약품 라인이 약한 편이다. 반면 일동제
한편 이번 주총에서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에 적극 반대하면서 두 회사의 적대적 M&A가 가시화됐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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