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분화줄기세포 과정 거치지 않고 피부세포를 바로 혈관내피세포로 만드는 기술 첫 개발
생쥐의 다리 혈관 묶어 허혈을 유도한 다리 근육에 유도혈관내피세포 주입->새 모세혈관 형성 증가
피부세포를 역분화줄기세포 등 중간 과정없이 바로 혈관세포로 만들 수 있음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최초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쉽게 얻을 수 있는 피부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심혈관의 재생 가능성이 제시되어 심혈관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한정규 교수 연구팀은 피부세포를 역분화줄기세포로 유도한 후 다시 혈관내피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없이 바로 혈관내피세포로 이형(異形)분화시킬 수 있음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건강한 혈관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역분화줄기세포)로부터 혈관내피세포를 분화시키는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윤리적 문제와 종양발생가능성, 배양 중 이종(異種) 동물세포 오염 위험, 고난도의 배양 조건 등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피부세포를 직접 혈관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의 피부에서 섬유모세포를 분리했다. 여기에 배아발생과정에서 혈관내피세포가 생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11개 유전자를 바이러스를 이용해 과발현시켰다.
연구팀은 11개 유전자가 과발현된 섬유모세포 중 일부에서 혈관내피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타이투 수용체(Tie2)가 발현함을 발견했고, 11개 유전자 중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Tie2 발현을 유도하는 5개 유전자 조합을 찾아냈다.
5개 유전자가 과발현된 섬유모세포는 혈관내피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탈바꿈했고 연구팀은 이를 유도혈관내피세포라 명명하였다. 유도혈관내피세포는 실제 혈관내피세포와 유사한 형태와 성상, 유전적 특징을 나타내고 배양접시 위에서 모세혈관을 형성했다.
연구팀은 다리 혈관을 묶어 허혈을 유도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섬유모세포를 주사한 그룹(대조군)과 유도혈관내피세포를 주사한 그룹(비교군)으로 나눠 새로운 혈관 형성과 혈류회복의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비교군이 대조군에 비해 혈류회복이 2배 가까이 호전됐다. 이는 주입된 유도혈관내피세포가 새로운 모세혈관을 형성하였기 때문임을 형광염색을 통한 현미경적 검사로 확인했다.
김효수 교수는 "세포의 이형(異形)분화에 대한 새로운 분자생물학적 이해를 제공한 성과"라며 "이번 연구결과 쉽게 얻을 수 있는 세포로부터 다량의 혈관세포를 바로 순수하게 만들어냄으로써 혈관재생 치료법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국가줄기세포은행 구축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심장질환은 한국인 사망원인 2위에 올랐다. 이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혈관질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치료를 위해 스텐트시술, 관상동맥우회수술, 약물요법 등이 이용되고 있지만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을 건강한 혈관으로 되돌리는 근원적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한정규 조교수가 발표했고 학술대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미국심장협회 대일리 뉴스(AHA Daily News)에 올해의 연구 성과 중 하나로 비중있게 소개됐다.
(용어)이형(異形)분화= 하나의 분화된 세포가 다른 종류의 분화된 세포로 전환되는 현상. 특히 포유류 세포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돼 왔지만 야마나카 교수팀의 역분화줄기세포 연구 이후 이형 분화 역시 가능한 것으로 기대되어 최근 연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용어)배아줄기세포= 배아 발생과정에서 추출한 세포로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아직 분화되지 않은 '미분화'세포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론상으로는 무한정 세포분열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부상이나 질병 등으로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 배아줄기세포를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시켜서 그 조직을 재생시키는 데 이용
(용어)유도만능줄기세포(역분화줄기세포)=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특정한 유전자를 주입해 분화 이전의 원시적인 만능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린 세포. 이 성과로 2012년 일본의 신야 야마나카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