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출산 후 24~72시간에 분비하는 젖)를 섭취하는 것이 독감바이러스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독감에 걸리더라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앙대 약학대학 김홍진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국미생물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인 '미생물학회지(Journal of Microbiology)'에 실린 논문을 통해 "초유 섭취는 인플루엔자감염을 예방하고 감염 후의 증상발현도 대폭 감소시킨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생쥐들을 5~6마리씩 세개의 그룹으로 나눈 뒤 1그룹은 생리식염수만, 2그룹은 항바이러스제로 잘 알려져 있는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를, 3그룹은 소의 초유분말 분획제를 각각 2주간씩 섭취시킨 후 계절 독감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의 치사량을 감염시켰다.
감염시킨 후에는 생리식염수 그룹과 초유그룹에 3일간씩 각각 생리식염수와 초유분획제를 계속 투여하고, 항바이러스제 그룹에는 7일간 추가적으로 오셀타미비르를 투여한 후 14일이 지난 다음 생존율과 체중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초유를 섭취한 그룹과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그룹은 100% 생존한 반면 생리식염수만을 투여한 그룹의 생존율은 33%에 그쳤다. 또한 체중변화에 있어서도 초유그룹과 오셀타미비르 그룹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생리식염수 그룹에서는 체중이 20%정도 감소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김홍진 교수는 "지난 2007년 이탈리아 연구진이 환절기에 초유를 섭취한 사람과 인플루엔자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유를 섭취한 사람이 백신을 접종한 사람보다 병원을 찾는 횟수가 3배가량 적었고, 발병일수도 7일 정도 줄어든 것을 알아냈다"면서 "초유의 인플루엔자 감염예방 및 증상완화효과는 거의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H1N1 타입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1918년 스페인독감의 원인바이러스이며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변종 인플루엔자의 타입이기도 하다. 인플루엔자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 재앙에 가까운 인명피해가 우려된다고 의학계에서는 경고한다.
독감은 예방접종이 가장 적절한 대응방법이다. 감염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감염되더라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보다 그 증상이 훨씬 적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신접종으로 100% 예방은 아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변종바이러스는 유행한 이후에야 백신생산이 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김홍진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초유를 통하여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고, 감염 후에도 그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안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초유에 면역효과를 가진 많은 성분이 들어있다는 연구발표 및 언론보도에 따라 일부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분만 후 초유를 짜서 보관하였다가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의사들도 적극 이를 권장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냉장보관의 경우 72시간 이상 보관하기 어렵고, 냉동보관의 경우에도 일정한 온도 내에서 최장 3개월밖에 보관할 수 없어서 계절에 따라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독감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김홍진 교수는 "꼭 사람의 초유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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