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요구서에 기록된 'RO'는 조직원 포섭과 교육을 철저히 비밀스럽게 진행했습니다.
혁명 당원으로 활동할 후보를 까다롭게 선별한 뒤 공포심을 조성하고 절대 복종을 강요했습니다.
최은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체포동의요구서에 드러난 'RO'의 조직관리는 흡사 다단계 업체를 방불케합니다.
대학이나 청년단체에서 혁명당원이 될 가능성이 보이는 인물에게 접근한 후,
학습모임에 가입시켜 주체사상을 교육합니다.
이들 중 사상 성향이 투철한 사람을 엄선해 '이념서클'에 가입시키고, '예비 조직원'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상부 조직의 승인을 받아 정식 조직원이 되면 인적이 드문 곳에 데려가 '남한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활동 목적을 결의하게 합니다.
이 때 "우리의 수(首), 즉 우두머리는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김정일 비서 동지",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혁명가를 뜻하는 "R가"라고 답해야 합니다.
조직은 하부 조직원들의 사생활은 물론 모든 것을 통제하는 철저한 상명하복 체제로 운영됐습니다.
이석기 의원이 맡은 '총책'에서 시작해 상급 세포책, 하급 세포책, 최하급 세포원으로 이어지는데, 지시사항을 어기면 노역 같은 북한식 '인민재판'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했던 건 공포심 조성에 있었습니다.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던 지난 4월 "기무사나 정보기관은 3만에서 5만 명의 '적색분자' 리스트를 갖고 있다"며 "잡아가 고립시키고, 죽일 수도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흔들리는 조직원들은 취업과 결혼을 주선하는 회유책으로 조직을 이탈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