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천년고찰 경남 표충사의 주지가 몰래 사찰 소유의 땅을 팔고 해외로 도주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주지에 속아 땅을 산 사람뿐만 아니라 추가 피해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태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이래 1,300여 년이란 세월을 견뎌온 경남 밀양의 표충사.
지난달 이 사찰의 전 주지가 여의도공원보다도 넓은 7만 8천여 평의 땅을 팔아치우고 잠적했습니다.
이 사찰 부지를 사들인 사람은 인근 마을 주민 4명.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등기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 인터뷰 : 토지 매입자
- "(절에서) 주지가 (땅을) 팔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들어 놓은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주지는 이렇게 사찰 땅을 판 금액 35억 원을 들고 필리핀으로 도피했습니다.
▶ 인터뷰 : 표충사 스님
- "한 40년을 절에서 살았어요. 배고팠던 시절에 '언젠가는 뭘 해봐야 되겠다.' (큰돈을 만지고 싶은) 포부가 있지 않았겠어요?"
땅 매입자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으로 속앓이를 하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2년 넘게 버려진 땅을 일궈 이제 막 버섯 수확을 앞둔 소작농민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 인터뷰 : 버섯 소작농
- "올해 처음 수확하는데 (땅을) 팔아먹고 비우라는 거예요. 그러니 피해가 얼마나 커요."
선산을 날려버린 피해자도 있습니다.
바로 풍천임씨 종친회.
▶ 인터뷰 : 임인식 / 풍천임씨 종친회 부회장
- "사명 스님에 관련된 선조 묘소가 있는 땅도 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소유란 불가의 가르침이 무색해진 사건.
사기꾼이 사라진 자리엔 대립과 갈등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태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