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아기를 낳은 후, 몸조리와 아기 건강을 위해 찾는 곳이 산후 조리원입니다.
비용도 꽤 비싼데요, 이곳을 찾았다 오히려 병을 얻어 나오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바로 감염 사고 때문입니다.
관리 사각지대, 산후조리원 실태와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오늘로 태어난 지 60일이 된 민수. 민수는 현재 폐렴을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치료 중입니다.
▶ 인터뷰 : 박민수(가명) 보호자
- "기침을 한다고 3일 전부터 얘기를 했었거든요. 집에 왔는데 오자마자 심해진 거죠."
감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알고 보니 급성 폐렴이었습니다.
▶ 인터뷰 : 박민수(가명) 보호자
- "그래서 바로 병원으로 갔죠. 경기도 심했고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이미 청색증까지 와서 그런 상태였으니까요."
민수는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서울의 한 산후 조리원에 들어갔습니다.
▶ 인터뷰 : 박민수(가명) 보호자
- "처음에 들어갔을 때 기침하는 애들도 많았었고, 아기를 안거나 그러면 손 소독은 기본이잖아요. 아기 얼굴 앞에서 이렇게 털더라고요, 손 소독제를.."
유독 심각한 상태였던 민수의 부모님은 해당 조리원에 항의해 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같았습니다.
▶ 인터뷰(☎) : 조리원 원장
- "(아시죠? 거기서 폐렴 바이러스 있었던 거요?) 어쨌든 다른 아기들이 (바이러스가) 나온 아기들이 있었어요."
▶ 인터뷰(☎) : 조리원 이사
- "저희 개인 보험 하시는 분 같이 모시고 왔거든요. 얘기를 한 번 해보시면.."
▶ 인터뷰 : 박민수(가명) 보호자
- "뭐든지 다 보험사(처리)로 끝내려고 하니까, 이게 인간이냐고. 애한테 진정한 사과를 원했던 거뿐인데.."
문제는 이 조리원에 있던 아이들 중 민수와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취재 중 만난 또 다른 산모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 인터뷰 : 이정아(가명) 보호자
- "아픈 애랑 안 아픈 애랑 좁은 공간 안에 같이 있으면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돌아다닐 텐데.. "
지난해 9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산후조리원의 수 462곳. 이용자 수만 14만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법적인 근거는 미비한 상태입니다.
취재 결과, 2006년에도 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집단 폐렴증상을 보여 입원을 했던 사례가 있었는데요.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지, 문제의 산후 조리원을 직접 찾아가보았습니다.
문제의 조리원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취재진의 방문은 거부했습니다.
▶ 인터뷰 : 조리원 관계자
- "(MBN에서 왔는데요.) 저도 잘 모르는 내용인데 지금 안 계시거든요. 저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요. 지금 아무나 문을 열어 드릴 수가 없거든요."
▶ 인터뷰(☎) : 조리원 이사
- "환절기에 아기들 한 두 명씩 감기는 걸릴 수 있잖아요."
왜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 관할 지자체 보건소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 : 보건소 관계자
- "모자보건법에는 행정 처분이 100만 원 과태료 물리는 그것밖에 없고 만일에 이런 사실이 또 발생하면 즉각 보건소에 보고하라는 계도하는 것밖에 없어요."
제대로 된 법적 조치가 가해지지 않는 허술한 법망에 오늘도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 인터뷰 :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 "산후조리원은 의료 시설이 아닌 일반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누구나 등록하면 운영을 할 수가 있어요.. "
아픈 민수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님은 오늘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MBN 뉴스 정광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