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때마다 등장한 각종 비리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빼돌리고, 감추고, 심지어 직원들의 주머니까지 털었습니다.
강영구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저축은행 비리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였습니다.
200억 돈을 들고 밀항하려다 붙잡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더 기가 막힌 것은 김 회장이 신용불량자 신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또 검찰은 김 회장이 추가로 270억 원을 횡령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직원들은 회사를 살리려고 십시일반 퇴직금을 털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돈을 모두 날리게 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솔로몬저축은행은 퇴출 발표 직전에 돈잔치를 벌였습니다.
지난달 회삿돈으로 직원들의 대출금 37억 원을 대신 갚아준 것입니다.
'편법 증자'도 가관이었습니다.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조치를 막으려고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이 서로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자기자본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예금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 인터뷰 : 저축은행 예금자
- "행장이 저렇게 나쁜 X인 줄 몰랐어. 밀항하다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어떻게 은행대표가 될 수 있어."
▶ 인터뷰 : 저축은행 예금자
- "세상을 불신하게 되죠. (저축)은행도 못 믿겠어요."
감독당국은 막장드라마의 조연이었습니다.
신용불량자를 저축은행 대주주로 승인할 정도로 '겉핥기 심사'였습니다.
또 금감원 출신 감사나 이사가 솔로몬저축은행에 5명, 한국저축은행에 3명일 정도로 업계와 밀착된 행태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저축은행들이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MBN 뉴스 강영구입니다. [ilov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