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아무리 취했어도 집은 제대로 찾아갔던 경험들 있으시죠?
바로 뇌가 장소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내 연구진이 원리를 밝혀냈는데 치매 환자들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실험용 쥐를 '트레드 밀'이라는 일종의 러닝머신에 올려놓고 달리게 했습니다.
쥐는 달리면서 설탕물을 먹을 수 있는 장소에 도달하는데, 이를 반복하면 특정 장소를 지날 때마다 뇌 속의 '장소 세포'가 강하게 반응합니다.
뇌가 장소를 기억하고 떠올린다는 겁니다.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밝혀낸 건 이런 기능을 하는 세포가 장소를 인식하는 원리입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의 뇌에 빛을 이용해 특정 신경세포를 차단했을 때 나타나는 장소 세포의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뇌 속의 여러 신경세포 가운데 소마토스테틴형 신경세포는 기억의 양에, 파브알브민형 신경세포는 기억의 순서에 영향을 미치는 걸 알아냈습니다.
▶ 인터뷰 : 김진현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 "광유전자법을 이용해서 동물이 어떤 특정 장소를 계속 달렸을 때 장소 세포를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었고, 그 장소 세포가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침으로써 우리는 예전에 갔던 곳을 다시 떠올리고 찾아갈 수 있었던 겁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간질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질환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걸로 기대했습니다.
▶ 인터뷰 : S. 로열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 "(뇌 속의) 해마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높임으로써 알츠하이머병 같은 기억과 관련된 질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연구는 신경과학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온라인판 최근호에 소개됐습니다.
MBN뉴스 윤석정입니다.
영상취재: 문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