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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치료 받은 지 얼마 안 됐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불쑥 불부터 비춰 보는 의사가 있다. 한참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웃으며 하는 말이 “미안합니다. 습관이라서요”다. 그러면서도 눈은 계속 상대의 얼굴을 훑는다. 피부과 화장품으로 유명한 이지함 화장품의 이유득 사장(50) 얘기다.
○ 피부비뇨기과는 있어도 피부과는 없던 시절
15일 강남 이지함 피부과에서 만난 이유득 사장은 인터뷰 도중에도 환자를 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와중에도 “다른 의사와 달리 피부과 의사는 얼굴 전체를 보죠. 사람 좋아하는 제게는 천직입니다”라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지함 화장품 사장으로 취임한 이유득 사장은 아직도 이지함 피부과 대표원장으로 의사라는 본업도 놓지 않고 있다. 소탈한 인상의 그는 “사장님보다 원장님 소리가 더 듣기 좋다”고 말했다.
이지함 화장품은 이지함 피부과를 기반으로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화장품 회사다. 코스메슈티컬이란 기존 화장품(cosmetic)에 의약품(pharmaceutical)이라는 개념이 더해진 화장품을 말한다. 일명 ‘피부과 화장품’으로 불리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7조 원에 이르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1200억 원 정도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 사장은 가톨릭 의대를 졸업한 뒤 지혜구, 함익병 원장과 함께 1994년 이대 앞에 국내 최초 브랜드 피부과를 열었다. 피부·비뇨기과는 있어도 피부과는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여드름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고 생각할 만큼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는 “잘 알지도 못하는 전공 외 과목을 하면서까지 피부과 의사의 원칙을 깨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사장이 말하는 원칙은 무엇이었을까.
“당시만 해도 자신의 피부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어요. 지성 피부에 스킨 로션을 과하게 사용해 여드름이 악화되기도 했죠. 단순 치료 뿐 아니라 적절한 대응 방법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 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특히 여드름 치료에 특화한 이지함 피부과는 주 고객층이던 대학생들 사이에서 ‘잘 고친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환자들이 의사의 말을 잘 따라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 국내 최초 피부과 화장품
“환자들에게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권해야 하는데 ‘이거다’하는 화장품이 없더군요”
이지함 피부과는 점점 유명해졌지만, 정작 이 원장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환자가 ‘어떤 화장품을 써야 하나’라고 물을 때마다 의사로서 추천할 만한 화장품이 없었던 것이다. 이 원장은 직접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화장품을 직접 개발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이 원장은 1999년 이지함 화장품을 세우고 2001년에는 이지함 피부과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지함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5알파’ 시리즈는 특별한 광고 없이도 여드름 환자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최초 코스메슈티컬의 명성을 이어갔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2008년 중국 쟝피엘 헤어뷰티 프랜차이즈와의 중국 전역 독점 판권 계약을 시작으로 대만, 태국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원장은 “먼저 병원이 진출해 한국 이지함의 피부 기술을 알리고 거기에 화장품이 쫓아가야 안정적으로 수출길이 열린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 코스메슈티컬 영역을 개척한 이 원장은 ‘코스메슈티컬’을 ‘닥터코스메틱’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코스메슈티컬’이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일반 화장품에 비해 아직 규모는 작지만 의사가 직접 연구, 개발에 참여하고 추천하는 화장품이 세계적 트렌드가 된 지금 닥터코스메틱의 가능성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인터넷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