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서 뛰놀면서 크는 소와 돼지는 질병에 강하고 수명도 길다고 합니다.
동물 복지는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혁준 기자가 유럽의 친환경 축산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 기자 】
독일 라일런트팔츠 주의 샤우피츠 농장입니다.
아침이 밝아오면 소들은 목초지로 나가 자유롭게 풀을 뜯습니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보장받은 가축은 밀집 사육된 가축과는 품질이 다릅니다.
곡물 사료로 키운 소보다 건강하고 사람의 뇌 건강에 좋은 오메가3가 풍부합니다.
▶ 인터뷰 : 샤입 / 독일 샤우피츠 농장주
- "밖에서 자라기 때문에 햇빛을 받고 바람을 쐬고 비를 맞으면서 면역 체계가 잘 잡혀 병이 거의 없습니다. 번식률이 높아져 1년에 한 번 새끼를 낳습니다."
독일에서는 가축사육 두수를 제한해 이를 지키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닭은 내년부터 밀집 사육이 전면 금지돼 모두 풀어놓고 키워야 합니다.
이동형 축사를 타고 다니며 자연항생제인 햇빛을 받고 자란 닭은 튼실하고, 품질높은 달걀을 낳습니다.
공간이 좁더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동물의 질병을 줄일 수 있습니다.
스웨덴 쉘베스보리의 한 젖소 농장은 축사 바닥에 이탄을 깔아줍니다.
이탄은 나무나 풀이 두껍게 퇴적된 뒤 썩은 물질로 손으로 눌러봐도 푹신하고, 질병의 원인인 박테리아가 잘 자라지 못합니다.
▶ 인터뷰 : 안데손 부부 / 이탄 농장주
- "이탄을 사용한 뒤로 소들의 상태가 좋아졌고, 소들이 훨씬 더 즐거워합니다."
아예 자연 상태에 가깝게 방목해서 키우는 농장도 있습니다.
인공수정도 하지 않고 제초제나 살충제를 전혀 쓰지 않은 채 1년 내내 풀어서 키웁니다.
도축할 땐 도축장을 여러 차례 돌고서 마지막 동물이 나가기 전에 문을 닫아 다른 동물이 모르게 합니다.
롤프 악셀 씨가 키우는 걱정이 없는 소와 돼지는 일반 농장보다 다섯 배에서 여덟 배 가까이 수명이 깁니다.
가격이 50% 이상 비싸지만, 손님들은 충분히 살 용의가 있습니다.
▶ 인터뷰 : 안 웨게 / 주민
- "비록 가격이 비싸도 좋은 환경에서 자란 걸 알기 때문에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자라고 어떻게 만든 지도 모르는 사료를 먹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동물은 이렇게 최상의 복지를 누리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이혁준 / 기자 (스웨덴 앵아발렌)
- "가축에게 무엇이 더 이로울까 고민한 유럽의 농장주들은 수익과 환경개선, 동물복지 세 가지 모두를 이뤄내고 있었습니다. 스웨덴 스코네주 앵아발렌에서 MBN뉴스 이혁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