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 먹고 자고, 병들고 죽는 생명 현상의 비밀을 풀 단서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습니다.
세포를 구성하는 복잡한 네트워크의 핵심 구조를 밝혀냈는데, 이를 통해 질병 극복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됐습니다.
김형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사람의 세포입니다.
사람 몸은 이런 세포가 50조 개나 있는데, 각각의 세포는 화면에서처럼 흰색을 띄는 2천여 개의 단백질이 8천여 가지 상호작용을 통해 생명현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암은 단일 유전자나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 안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는 겁니다.
사람 몸을 엑스레이로 투시하면 뼈대구조가 보이 듯, 이런 거대하고 복잡한 세포의 조절 네트워크에도 최소의 핵심 구조가 있습니다.
카이스트 조광현 교수팀은 처음으로 이 구조를 찾아내 '커널'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 인터뷰 : 조광현 /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신호 전달 네트워크의 복잡한 상호조절 작용을 수학 모형화하고 입출력 관계를 그대로 보존하는 최소 구조를 찾는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 커널에는 생명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유전자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풀 수 있는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입니다.
특히 커널 안의 다른 단백질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만을 표적으로 한 신약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조광현 /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그런 복잡한 질환과 연계된 거대한 분자네트워크상에서 커널을 찾아내면 우선으로 어디를 치료의 표적으로 삼아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조광현 교수팀은 비생물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적 저널인 사이언스의 자매지 '사이언스 시그널링' 5월31일자에 논문을 실었습니다.
MBN뉴스 김형오입니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