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들이 환자 행세를 하며 보험회사에서 받아낸 보험금은 한해 자그마치 2조 원이 넘습니다.
보험사기는 건강보험 재정을 적자에 빠뜨리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인데, 이를 뿌리뽑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이혁준 기자입니다.
【 기자 】
올해 1월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68살 김 모 씨는 병원에서 몸 전체가 마비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20일 뒤 보험회사 직원이 택배 직원을 가장해 집에 방문했더니
▶ 인터뷰 : 택배원 가장한 보험사 직원
- "택배 왔습니다. 아버님 계시면 이름 싸인 해주셔야 하는데요."
마비됐다던 사람이 멀쩡하게 걸어다닙니다.
다리가 마비됐다던 환자는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고, 허리를 굽힐 수 없다던 청년은 길에 떨어진 돈을 줍습니다.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다는데 능숙하게 핸드폰 버튼을 누르고, 바닥에서 일어나질 못하던 여성 또한 거짓말을 한 게 곧바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브로커까지 개입해 가짜 환자와 병원이 짜고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속이다 보니 보험회사도 적발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모두 5만 5천여 건, 3,467억 원에 달하지만, 실제 사기 규모는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간 보험금의 10%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보험사기는 보험회사는 물론 건강보험의 재정도 악화시켜 올해 건강보험료는 5.9% 인상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급증하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민간 보험사 외에도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등 공영보험과 운수 관련 공제 등 유사보험까지 조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사후 조사는 물론 이상 징후가 나타날 때 미리 보험사기를 차단하기 위해 연말까지 조기경보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 인터뷰 : 박종각 / 금융감독원 보험조사실 팀장
- "보험 가입 시부터 보험사들이 사기가 의심되는 가입 건을 제한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수법이 교묘해지는 보험사기로 새나간 보험금은 결국 서민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 gitania@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