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간 '구리왕' 차용규 씨와 삼성물산의 관계를 놓고 경제개혁연대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어떤 관계이기에 비자금 의혹이 나오는지 김형오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기자 】
차용규 씨는 1998년 삼성물산 부장으로 카자흐스탄의 구리 채광 업체인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책임졌습니다.
2000년 삼성물산과 삼성 홍콩은 카작무스의 지분 42.55%를 매입해 2대 주주가 됐고, 차 씨는 2003년 삼성물산을 퇴사했습니다.
차 씨가 퇴사한 이듬해인 2004년 8월 삼성물산은 카작무스 지분을 최대 주주인 블라디미르 김 회장이 대표로 있던 페이퍼 컴퍼니 '페리 파트너스'에 매각했습니다.
매각 두 달 전 카작무스가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될 것이라는 로이터 통신 보도가 있었지만, 삼성물산은 신빙성이 없다며 매각을 강행했습니다.
그러나 2005년 10월 카작무스는 런던 증시에 상장됐고, 그전에 지분을 판 삼성물산과 삼성 홍콩은 결과적으로 천억 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입었습니다.
상장 당시 카작무스의 대주주인 페리 파트너스의 대표는 블라디미르 김 회장에서 차용규 씨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이 차용규 씨에게 주식을 헐값에 넘긴 셈이 됐고, 상장에 따른 차 씨의 막대한 이익은 삼성물산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인터뷰 : 김주연 / 경제개혁연대
- "국세청에서 의지만 갖추고 있다면 당시 지분매각 거래가 헐값매각인지, 비자금 조성까지 됐는지까지 볼 수 있고 관련 문제가 드러난다면 당연히 검찰 쪽에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당시 지분을 페리 파트너스에 넘긴 것은 블라디미르 김 회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고, 이후 차용규 씨가 왜 페리 파트너스의 대표가 됐는지는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삼성물산 관계자
- "카작무스의 일을 하겠다고 우리 쪽(삼성물산)을 퇴직하고 그쪽(카작무스)으로 간 사람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일했던 거죠. 그쪽 직원이지, 우리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거죠"
또 헐값 매각 주장에 대해서는 카작무스 위탁경영과 지분 매각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MBN뉴스 김형오입니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