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전산 대란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7년 가까이 비밀번호도 바꾸지 않고 '1'이나 '0000'처럼 일반인도 잘 쓰지 않는 비밀번호를 전산 관리에 썼습니다.
황재헌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농협이 전산망 관리를 허술하게 한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미래희망연대 김혜성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시스템 계정 비밀번호 15개를 길게는 6년 9개월 동안 바꾸지 않았습니다.
지침에 따라 석 달에 한 번은 번호를 변경해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했던 겁니다.
또,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일부 계정의 비밀번호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1'이나 '0000'처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숫자나 계정 이름과 똑같은 비밀번호를 쓰는 일도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해 11월 이런 내용의 검사결과를 농협중앙회에 알렸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비밀번호 관리가 장애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고 농협 안팎에선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원병 / 농협중앙회장
- "저를 비롯한 간부 모든 직원들까지도 전체적으로 책임이 있고,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면 회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 연체료를 거두며 한때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장애 기간에 인출하지 못했던 고객들의 카드이용대금을 빼면서 약속과 달리 2만 3천 명에게 연체료를 부과했던 것입니다.
농협 측은 뒤늦게 연체료를 환불했지만 꼼꼼하지 못한 뒷수습에 고객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황재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