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은행들은 시각장애인용 ATM기를 지점마다 의무적으로 설치해왔는데요.
정말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최재영 기자가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ATM기를 직접 사용해 봤습니다.
【 기자 】
시각장애인들이 은행을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높은 은행 문턱을 간신히 넘고, 손을 더듬어 지점에 들어가는데만 몇 분이 걸립니다.
▶ 인터뷰 : 김두현 / 시각장애인
- "턱이랑 계단이 있을 때 불편하고 출입문을 찾기가 쉽지 않고요. 형광색 띠지나 구별을 해주거나 손잡이를 표현해 주면 찾을 수 있는데…."
가까스로 ATM기 앞에 도착하면 더 큰 난관이 기다립니다.
카드를 넣는 곳을 찾기 어렵고,
(현장음)
「"(카드)구멍이 잘 안 들어가죠? 여기 맞나? 거기 아닙니다."」
음성안내를 듣기 위해 이어폰을 꽂으려 해도 구멍이 어딘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 스탠딩 : 최재영 / 기자
- "장애인들을 위해 음성안내까지 제공한다고 하는 ATM기입니다. 제가 직접 눈을 감고 이어폰을 꽂아보겠습니다. 눈을 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폰을 꽂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자 기능도 없는 터치패드를 누르지 못해 결국 포기하고 맙니다.
▶ 인터뷰 : 김장환 / 시각장애인
- "실질적으로 전맹(전혀볼 수 없는 장애)이 사용하기에는 전혀 무용지물로 판단이 됩니다."
「지난해부터 시각장애인용 ATM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은행들이 수천 대의 기계를 설치했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겐 무용지물입니다.」
장애인들은 돈 몇만 원을 찾으려면 영업시간 내에 은행 창구에 직접 가야하고, 옆의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 인터뷰 : 김데니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국제협력위원
- "(선진국은)장애인 배려를 처음부터 많이 해서 ATM기 밑이 45도 뚫려 있어서 휠체어가 쉽게 들어갈 수 있고, 시각장애인용 점자나 음성안내도 참 잘돼 있어요."
법 때문에 등 떠밀려 설치한 장애인용 ATM.
돈만 낭비하고, 장애인들을 또다시 좌절하게 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최재영입니다. [stillyou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