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전산마비와 현대캐피탈 해킹은 우리 금융권의 총체적 IT 부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농협 사태는 시스템 통제권을 협력업체에만 주는 이해 못 할 일이 화를 자초했습니다.
보도에 엄성섭 기자입니다.
【 기자 】
농협의 전산 마비 사태는 그야말로 의문투성입니다.
가장 큰 의문은 누가, 어떻게 파일 삭제 명령을 내렸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 통제 권한을 가진 사람은 정작 농협에는 없습니다.
서버를 공급한 협력업체인 IBM에만 있습니다.
쉽게 말해 마음만 먹으면 협력업체가 언제든 농협의 전산 시스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효율과 비용절감만을 강조한 나머지 하도급의 하도급을 주는 현재의 관행을 탈피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 농협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KB와 신한, 우리, 하나금융지주 등이 자회사를 통해 전산을 관리하고 있고, 이들은 다시 2차, 3차 하도급을 주고 있습니다.
농협의 경우 복구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상식 밖입니다.
▶ 인터뷰 : 최원병 / 농협중앙회장
- "저도 사고가 난 뒤 바로 내용을 직원들에게 보고 못 받고, 다른 방향에서 내용을 알고…"
보통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백업시스템이 가동되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예 백업시스템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고객 정보가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예금과 대출 등 금융거래 기록도 사라졌다면 고객들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지나친 아웃소싱과 IT 인력에 대한 홀대 속에 제2, 제3의 농협 사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MBN뉴스 엄성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