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전산마비와 현대캐피탈 해킹은 우리 금융권의 총체적 IT 부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농협 사태는 시스템 통제권을 협력업체에만 주는 이해 못 할 일이 화를 자초했습니다.
보도에 엄성섭 기자입니다.
【 기자 】
농협의 전산 마비 사태는 그야말로 의문투성입니다.
가장 큰 의문은 누가, 어떻게 파일 삭제 명령을 내렸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 통제 권한을 가진 사람은 정작 농협에는 없습니다.
서버를 공급한 협력업체인 IBM에만 있습니다.
쉽게 말해 마음만 먹으면 협력업체가 언제든 농협의 전산 시스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효율과 비용절감만을 강조한 나머지 하도급의 하도급을 주는 현재의 관행을 탈피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 농협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KB와 신한, 우리, 하나금융지주 등이 자회사를 통해 전산을 관리하고 있고, 이들은 다시 2차, 3차 하도급을 주고 있습니다.」
농협의 경우 복구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상식 밖입니다.
보통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백업시스템이 가동되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예 백업시스템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고객 정보가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예금과 대출 등 금융거래 기록도 사라졌다면 고객들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지나친 아웃소싱과 IT 인력에 대한 홀대 속에 제2, 제3의 농협 사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MBN뉴스 엄성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