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횡포는 참 뻔뻔하기조차 합니다.
몇 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으로 천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석유화학 업체의 횡포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농업용 비닐을 만드는 경기도의 한 중소업체입니다.
업계 1위인 LG화학을 비롯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이 업체는 지난해 공장이 완전히 섰습니다.
유화업계가 가격때문에 내수 물량을 수출로 돌리면서 원료 공급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비닐 제조업체 관계자
- "원료가 부족해서 기계를 세운 적은 몇십 년 만에 처음입니다. 올해도 그런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한 '1개월 가격예시제'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
국제유가 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다음달 가격을 미리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고 실제 월말에 임박해서 다음달 가격이 통보되는 사례가 많아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설명입니다.
원료를 공급받기 위해 은행에 납품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보증을 하거나 선입금을 해야 하는 영세 사업장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호남석유화학에서 대부분의 원료를 공급받는 이 업체가 두 달간 원료를 받기 위해 지급보증 해야 하는 금액은 수억 원에 이릅니다.
은행의 지급보증을 받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공급처를 바꾸고도 싶지만, 또다시 지급보증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인터뷰 : 플라스틱 제조업체 관계자
- "5억 보증을 받기가 쉽지 않거든요. 만약 2~3군데 유화사를 거래한다고 하면 5억짜리 보증서를 2~3군데 끊어야 합니다. 그런데 작은 업체가 그만큼 지급보증 끊을 여력이 안 되죠."
설령 지급보증을 받아 수급처를 확보한다 해도 유화업체가 이 사실을 알면 낙인이 찍혀 당장 원료 수급에 문제가 생깁니다.
▶ 인터뷰 : 플라스틱 제조업체 관계자
- "우선으로 충성 고객에게 할당량을 많이 할애해주고 현금 고객이라든지 여러 군데 유화사를 거래하는 충성스럽지 않은 고객이라고 분류되는 업체의 물량을 먼저 삭감하죠."
이 과정에서 터무니없이 가격이 올라도 중소업체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기업이 하자는 대로 따라 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은 죽어나는데도 대형 석유화학 업체는 사상 초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한성원 / 기자
- "중소 석유화학 제조업체는 한결같이 대기업과의 상생이나 동반성장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상거래가 이 업계에도 이뤄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한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