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기름 값을 낮추겠다고 선언한 첫날, 이 날만을 기다린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주유소마다 인하 폭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인데, 왜 그런지 윤영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기름 값이 내린 첫날.
평소에는 한산했던 오전 시간부터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로 주유소는 북새통입니다.
작은 주유소가 금세 주차장을 이뤘습니다.
다른 정유사의 주유소에도 차량이 줄을 이었습니다.
▶ 인터뷰 : 정연만 / 자영업
- "한 3일 정도 기다린 거죠. 기름 값 내렸다고 해도, 모르겠어요. 티는 나니까… 100원 내리면 50리터에 5천 원 정도 (할인)되니까요."
하지만 모든 주유소에서 리터당 100원이 내릴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정유사의 직영 주유소는 할인 폭을 지켰지만, 자영 주유소의 실제 인하폭은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전국 평균 기름 값도 전날보다 3.3원 내린 데 그쳤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정유사가 개별 주유소 가격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가격 할인을 유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3주 전에 기름을 비싸게 들여온 업주들이 단기간에 가격을 낮출 여력은 없는 상태.
정유사마다 다른 할인 방법과 주변 시세보다 가격을 더 많이 내리지 않는 주유소 업계 관행도 큰 몫을 했습니다.
▶ 인터뷰 : 자영 주유소 대표
- "(주변에서) 내린 것만큼 내렸어요. 웬만한 주유소 다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충분한 협의와 준비 없이 덜컥 가격 인하를 선언한 정유업계.
울며 겨자 먹기로 값을 내려놓고도 결국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윤영탁입니다. [ kaiser@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