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직전 SK텔레콤 직원들은 기가 푹 죽었다. SK텔레콤은 매년 설 연휴 직전 IB(인센티브 보너스)를 지급한다. 대략적으로 전체 연봉의 30%가량이 IB로 채워진다. 그런데 올해 IB 총액이 5% 줄어들었다. IB 총액이 감소한 것은 전례 없던 일이다. 각 직원별로 지난해에 비해 수백만원가량 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그래도 별 할 말이 없다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이 처한 ‘진퇴양난’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SK그룹 급성장을 이끈 주축이다. 에너지와 텔레콤을 양 축으로 SK그룹은 4대 그룹으로 우뚝 섰다. 그런데 그 두 축 중 하나인 SK텔레콤이 심하게 흔들린다. 내수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길이 없다. 지난해 신성장동력이라며 의욕적으로 ‘IP사업단’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정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각 산업의 산업생산성을 증진시켜보자’는 게 IP사업단이 내건 취지. 그러나 별다른 성과 없이 지지부진하다. 글로벌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각 국가가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업종을 외국 기업에 잘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SK텔레콤 내에서는 ‘지금껏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러나 되는 일도 없다, 그리고 더 해볼 만한 일도 없다’는 패배감이 팽배하다.
그렇다고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터. 정만원 전 대표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것이 골프 금지령. 사실 ‘골프를 금지한다’고 명시적으로 명문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해 초 골프와 관련해 ‘일벌백계’를 하겠다며 5명의 직원을 징계했다. 당시 매니저(과장급) 2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1명은 팀장(부장급)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다른 매니저 2명은 이전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타 부서로 발령났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한 직원에 대한 외부 투서가 들어왔다. 투서 내용을 조사하던 중 해당 직원이 유독 거래처와 골프를 많이 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직원과 함께 골프를 많이 친 직원들이 줄줄이 엮였고, 급기야 회사는 전례 없는 강수를 뽑아들었다.
“사실 매니저급 정도 되면 주말마다 골프를 치는 게 일상화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골프 많이 쳤다고 직원들이 줄줄이 징계를 당하니 다들 깜짝 놀랐지요. 이후 골프를 치는 직원이 거의 없습니다. 괜히 잘못 걸렸다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잖아요.” 직원 A씨 얘기다.
‘일벌백계’를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경계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으샤으샤’ 하면서 잘해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직원들은 “일벌백계 후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로는 전혀 전환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그 사건 이후 직원들이 거래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주 뜸해졌다”고 귀띔한다.
“거래처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SK텔레콤이 한참 잘나갈 때는 직원들이 매일 거래처 사람을 만나 상의하고 연구하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게 사업 성과로 연결되곤 했지요. 요즘은 거래처 사람과 술 마시는 직원이 거의 없어요. 괜히 잡음 생기면 골치 아프니까요. ‘투명해지자’ 뭐 이런 거라기보단 ‘복지부동이 최고다’란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 보는 게 정확합니다.”
보다못해 오너가 나섰다. 직원 정신교육에, 신성장동력 추진에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정만원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