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대학생 박모 씨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부모님 신용등급이 좋은 편이라 할부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한 학기 등록금 350만원을 6개월 할부로 납부하면 총 16만원의 할부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4년 내내 등록금을 결제하면 할부수수료만 총 128만원에 달해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카드사들의 `무이자 할부` 경쟁도 치열한데 대학 등록금에는 무이자 할부는 커녕 이렇다 할 혜택도 없다. 포인트를 쌓아주는 곳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 입학철을 맞아 등록금 마련에 학부모들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연간 750만원에 달한다. 현금으로 등록금을 한꺼번에 납부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카드 분할납부`를 고려해보지만 수수료가 연 14.2~22.8%에 달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적게는 약 16만원에서 많게는 약 30만원까지 할부수수료를 물어야 하니 그럴만도 하다.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선택한 `카드 분할납부`가 더 큰 재정적 부담을 가져온 셈이다.
학기당 등록금(350만원 기준)을 6개월에 걸쳐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할부수수료는 연 14~22%대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할부수수료가 연 16.9~20.5%로 높은 편에 속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약 17만원~약 30만원으로 4년 내내 같은 방식으로 결제하면 약 136만원~240만원을 등록금 외에 더 내야한다. 수수료율은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시장점유율 2위인 현대카드는 할부수수료가 연 14.9~22.8%로 신용등급에 따른 수수료율 격차가 업계에서 가장 크다. 최우수등급에 적용되는 수수료는 낮은 편이지만 9등급에게 적용되는 수수료는 시장점유율 상위 5위 업계 중 가장 높다.
2009년 2위를 현대카드에 내주고 3위로 떨어진 삼성카드는 연 16.5~20.5%의 할부수수료를 책정해 높은 수준이다. 할부수수료 중 일부를 카드사에서 부담해주기도 하지만 포인트 적립은 되지 않는다. 업계 4위인 롯데카드는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대학이 없다. 업계 5위인 하나SK카드는 연 14.2~20.9%로 최우수등급에 적용되는 수수료가 상위 5개 카드사 중 가장 낮다. 이밖에 비씨카드(SC제일은행 기준)는 연 12.5~19.5%로 낮은 수준이다. 전업계 카드사와 달리 은행계는 조달금리가 낮아 할부수수료도 저렴한 편이다.
일각에선 대학 등록금 카드결제시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안진걸 등록금넷(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단체 전국 네트워크) 정책간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무이자 할부나 최소 할부수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카드사 관계자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상시 결제가 이뤄지고 거래고객이 많아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지만, 대학등록금의 경우 카드결제 이용 대학도 많지 않고 일시불로 납부하는 고객도 적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189곳 가운데 등록금 카드결제를 시행한 대학은 33곳에 불과하다.
할부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학생 이송이(20)씨는 "신용카드 이용의 가장 큰 장점은 `분할납부`가 가능하다는 건데 할부수수료가 높아 이용하기 어렵다"며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분할납부제`는 이자가 없어 신용카드사와 비교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수수료율을 낮추기 어렵다는
[권한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