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 유호리 사이 8.2㎞ 구간을 해저와 해상으로 연결하는 거가대교는 바닷바람이 매섭고 경사로가 많아 현대차의 신형 3.0ℓ 직분사(GDI) 엔진을 시험해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김해공항에서 가락IC까지 대형 컨테이너가 오가는 산업도로를 지나 거가대교 초입에 들어서면서부터 스티어링휠에 배치된 ASCC 버튼을 눌렀다.
클러스터 창에 원하는 속도를 시속 130㎞로 설정한 뒤 액셀에서 발을 떼자 뻥 뚫린 다리 위를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해저 48m 세계 최저 지하터널 구간에서 앞서 가던 차량을 만나자 이내 그랜저는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서서히 작동시켜 차간 거리 25m를 유지했다.
지방도로에서 구제역 방역 작업 구간이 나타나 차들이 정차하자 역시 따라 정차한 뒤 스스로 출발하는 등 발을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에 놓지 않고도 수십 ㎞를 스스로 주행하는 `똑똑함`을 드러냈다.
ASCC는 현대차가 제네시스와 에쿠스에도 아직 탑재하지 않은 첨단 크루즈 시스템이라고 자랑하는 신무기. 일정 거리만 유지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선행 차량이 멈추거나 재출발하는 동작까지도 감지해 정지ㆍ출발을 알아서 하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이 기술을 가진 메이커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3곳뿐이다.
출력도 수준급이다. 시승한 3.0 모델에는 새로 개발한 람다Ⅱ 3.0 GDI 엔진이 장착돼 제원표상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31.6㎏ㆍm, ℓ당 11.6㎞ 연비를 달성했다.
2.4, 2.7, 3.3ℓ 엔진으로 출시됐던 구형 그랜저(TG)와 비교를 무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같은 배기량의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보다 최고출력이 10% 높고 연비도 소폭 앞선 것이다.
람다 엔진을 단 구형 그랜저 3.3의 최고출력은 259마력으로 신형 3.0보다 뒤처진다.
실제 주행 느낌에서는 동급 후륜구동 수입차처럼 망설임 없이 등 떠밀듯 폭발적으로 가속하기보다는 잠깐 망설인 뒤 끌고 나가는 느낌이지만 대신 제동 느낌이 부드럽고 서스펜션이 말랑한 점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지지가 예상된다.
전면부의 크롬장식 그릴과 치켜뜬 헤드라이트 등은 쏘나타와, 뒷바퀴 펜더 부분의 도드라진 장식은 에쿠스와, 후면 LED 램프는 K5와 비슷한 인상을 풍긴다.
지붕에서부터 트렁크까지 유려하게 떨어지는 지붕선은 쿠페 느낌을 한껏 뽐낸다.
Y자형 센터패시아에 다이얼식 조절장치를 배치해 인테리어 첫인상은 쏘나타와 비슷하지만 벤츠처럼 좌석 조절 버튼을 문짝으로 끌어올려 배치한 거나 가죽에 한 땀 한 땀 스티치를 넣은 부분 등은 고급 세단을 지향한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 영역으로 남겨 놓더라도 신형 그랜저의 동력성능이나 첨단 기능은 객관적으로도 기존 경쟁자들을 제압한다. K7, 알페온보다 제네시스를 긴장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차체 크기는 전장 4910㎜, 전폭 1860㎜, 전고 1470㎜로 기존 그랜저
주차 가능 영역을 탐색한 후 운전자의 평행주차를 도와주는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SPAS)`도 동급 최초로 갖췄고 차체자세제어장치(VDC), 섀시통합제어시스템(VSM) 등 안전시스템을 대거 옵션으로 추가했다.
[거제 = 김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