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업계 최고의 성장세를 보인 가구·인테리어업체 까사미아가 올해도 ‘퀀텀점프(대약진)’할 듯 보인다. 이현구 사장(62)은 지난해 창립 28년 만에 처음으로 1000억원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4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40% 성장이라는 목표가 거창해 보이지만 먼 소망이 아닌 듯싶다. 까사미아는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30%가 넘었고, 99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돈 적이 없었다. 특히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외환위기가 닥쳐 대형 가구업체가 줄줄이 무너지던 98년, 까사미아는 되레 25억원 이익을 내 주목받았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가구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금융위기와 더불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고 이사에 따른 수요가 사라졌다. 국외 생산이 50%인 상황에서 환율 변동에 따른 원자재 값 인상도 악재였다. 그러나 까사미아만큼은 지난 3년간 변함없이 성장했고, 2009년 76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006억원으로 뛰었다. 경쟁사들이 10~20% 성장에 그친 걸 고려하면 탁월한 성과였다.

3월 신사동에 ‘호텔 라까사’ 열어
이 사장은 올해 신규사업과 본업을 조화시키며 사세를 키워갈 참이다. 특히 3월에 이슈가 많다. 올 3월 지난해 인수한 뉴삼화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부티크호텔 ‘호텔 라까사(Hotel La Casa)’를 연다. 지난해 200억원에 이 호텔을 사들였고 80억원을 들여 안팎을 확 바꿨다. ‘라까사’는 스페인어로 ‘집’이라는 뜻. ‘까사미아(나의 집)’와 맥을 같이하면서 따뜻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 사장은 ‘호텔 라까사’를 비즈니스 디자인 호텔로 정의한다. 작지만 고급스럽고 개성 있는 호텔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최초로 인테리어회사가 개관한 호텔답게 내부 구성이 다양하고 예쁘다. 부인인 최순희 디자인연구소 소장이 세세하게 다듬었는데 총 61개 객실을 18개 콘셉트로 꾸몄다. 일반 객실뿐 아니라 꼭대기도 아기자기하다. 가장 위층에는 루프 가든, 파티가 가능한 넓은 데크, 야외 자쿠지가 있는 2개의 스위트룸을 마련했다.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는데도 서울에 호텔이 부족해 전부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업성은 뛰어나다는 평가다.
“개성 없는 방만 많이 늘려 수익을 늘릴 생각은 없어요. 고부가가치 체험상품을 개발할 겁니다. 서울의 주요 상업지역인 신사동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국외 비즈니스맨들과 부티크호텔 문화를 즐기는 젊은 층을 공략하겠습니다.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고요.”

이 사장은 북촌 가회동에 한옥집을 갖고 있다. 2004년 지은 집으로 최순희 소장의 대학 선배인 한국가구박물관장에게서 북촌 한옥지구 보존사업 얘기를 듣고 동참했다. 이번 호텔 인수를 계기로 외국인 투숙객에게 한옥에 묵는 체험 기회도 줄 생각이다. 3월에 출범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또 있다. 짐보관업, 이른바 ‘스토리지(storage)’사업이다. 광주 오포에 창고를 마련했는데 9917㎡(3000평) 규모로 국내 최대다. 집에 공간이 부족해 물품을 보관할 곳을 찾거나, 이사나 인테리어 공사 등으로 잠시 짐을 안전하게 보관할 곳이 필요한 경우 짐을 맡아준다. 이삿짐센터 등 보관업을 하는 곳이 국내에도 많지만 대부분 영세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까사미아는 가구 중심의 인테리어사업을 하면서 최첨단 물류시스템으로 각광받았다. 실제로 용인 물류센터에 가보면 모든 설비가 자동전자장치로 제어된다. 물건이 도착하는 순간 자동로봇이 크기에 맞는 공간(셀·cell)에 제품을 보관한다. 판매 때도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이 시스템을 스토리지사업에 그대로 적용시켜 자동화했다.
압구정 매장도 확장해 재개장
호텔과 스토리지업 등 신규사업뿐 아니라 본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역시 3월, 까사미아 최대 직영점인 압구정점을 1983㎡(600평) 규모로 확장 재오픈하면서 핵심 경쟁력인 인테리어에 집중한다. 이 사장은 ‘매장을 회사의 얼굴’로 생각할 만큼 매우 철저하게 챙긴다. 신제품을 전시하기 위해선 공간이 여유로워야 한다고 믿어 평균 1652㎡(500평) 규모의 매장을 고집한다. 그의 철학은 섬세함, ‘디테일(detail)’에 있다.
“직영점 매출은 디테일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조명을 어떻게 하느냐 소품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등 작은 차이가 매출을 2~3배 차이 나게 만들지요.”
이 사장은 유통망도 확대한다. 서울 강남지역에 집중돼 있는 직영점을 강동·강북·은평구로 확대해 상반기 3개, 하반기 2개점 등 총 5개 점포를 새로 연다. 직영점을 강화하는 한편 전국에 10개의 대리점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급격히 신장한 온라인 판매에 거는 기대도 크다. 2009년 70억원이던 온라인 브랜드 ‘까사온’ 매출은 지난해 200억원까지 늘어났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높지 않지만 향후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판단이다. 온라인 매출 목표는 400억원이다.
매출을 키울 복안이 하나 더 있다. 많은 국내 B2C 기업들은 시장의 포화 때문에 성장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그 답은 중국에 있었다. 까사미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미 생산기지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들어오는 제품이 3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젠 중국 소비자들을 노린다. 지난해 유통법인을 세웠고 올해 소비자들에게 까사미아를 알리는 첫해가 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홈쇼핑업체 동방CJ를 통해 판매 계획을 세워 놓고 조율 중이다. 동방CJ는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과 한국 CJ그룹의 합작사로 상하이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가구·인테리어 제품 판매로는 까사미아가 첫 사례다. 올해 하반기 첫 방송이 나갈 계획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 까사미아의 가장 큰 경쟁력은 뛰어난 디자인이다. 제조 대부분을 아웃소싱하지만 디자인만큼은 자체 연구소에서 개발하고 관리한다. 전체 정규직 직원 300명 가운데 13%가 디자인 연구인력일 정도다. 디자인연구소에서 지금까지 5000여가지 품종에 1만가지 제품을 개발했다. 물류시스템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사장은 삼성 근무 시절 아이디어를 얻어 IT를 기반으로 종합관리시스템을 만들었다. 물류자동화 창고시스템으로 재고를 파악하고 재고가 없으면 생산품목을 공장에 주문해 다음날 바로 물류센터에 입고된다. 매장에서는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으로 어떤 품목이 잘 팔리는지 실시간 파악된다.
“까사미아 마니아층도 성장에 큰 몫을 합니다. 회원이 45만명인데 재구매 고객 수만 해도 30만명에 달합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 긴 품평을 남겨주시는 고객들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지요. 올해 매출 목표 1400억원을 달성하겠습니다.”
■ 창업 스토리
압구정동 23㎡(7평)짜리 가게로 출발
까사미아의 효시는 부인인 최순희 디자인연구소 소장이 82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상가건물에 문을 연 23㎡짜리 인테리어가게다.
이 사장은 74년 당시 삼성그룹 중에서도 제일 잘나갔던 제일합섬에 들어갔다. 재무부서에서 꼬박 10년을 근무한 뒤 사표를 던지고 부인과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인테리어시장을 본 이후다. 80년대 초 도쿄에는 이미 인테리어숍만 2000개가 넘었고, 인테리어숍 가이드라는 안내책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국내 인테리어업 미래성장성이 밝다고 보고 부인과 함께
강남 아파트 건설 붐으로 중산층이 늘어났고 주부들이 집안 꾸미기에 빠졌다. 85년 경기도 곤지암에 공장을 짓고, 89년엔 대치동에 사옥도 마련했다.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브랜드는 더 커졌다.
사업 10년 만인 92년 정식 법인을 설립한 뒤 매년 2~3개 직영매장을 열었다. 현재 전국에 22개의 직영점과 57개의 대리점, 4개의 백화점 매장을 운영 중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