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올해 안에 43조원의 투자금을 집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증권가는 벌써부터 이 뭉칫돈이 흘러들어 갈 주력 협력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상 최대 투자금액이 일부 협력업체에 큰 규모로 유입되면 중견업체 입장에서는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종덕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올해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이미 집행이 시작됐고 20조원 이상 투자가 집중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업체는 곧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통 큰` 투자의 수혜주를 말할 때 증권가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가 최근 1년 내에 지분을 투자한 코스닥 기업은 모두 5개사. 증권계에서는 이렇게 피를 섞은 `삼성혈맹군 5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오경택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그룹이 지분을 투자한 업체들은 신사업 관련 장비를 공동 연구하는 경우가 많아 대그룹 투자가 여기로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 자동화사업부가 분사돼 나온 에스에프에이는 이번 삼성그룹 대규모 투자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는 에스에프에이는 기존부터 해 오던 반도체, LCD 장비를 포함해 삼성그룹이 차세대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태양광 장비도 생산하고 있어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배점효 에스에프에이 대표는 "삼성그룹의 43조원 투자에 대한 세부계획이 나오지 않아 확답할 수 없지만 상반기 내에 대규모 투자금이 유입된다면 당초 세웠던 올해 매출 목표를 20% 이상 높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 대표는 "일반적으로 고객사가 반도체 투자를 집행하면 장비업체와 부품업체, 소재업체 순으로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효과가 발생한다"며 "장비업체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부품ㆍ소재업체는 하반기나 내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로부터 유상증자 142억원, 전환사채 152억원을 유치한 에스엔유프리시젼도 삼성그룹 대규모 투자의 핵심 수혜주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에 LCD 검사장비를 납품하고, SMD와는 OLED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에스엔유는 세계 최대 OLED 생산업체인 SMD가 기술 국산화를 공언하면서 신세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설비에 대규모 투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상장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SMD의 5.5세대 AMOLED 라인 생산설비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시험 과정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박춘재 에스엔유 이사는 "장비 수요를 아직 파악하지 못해 사업계획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이 사상 최대 투자를 집행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아이피에스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17.5%인 태양전지 양산설비 제조업체로 삼성그룹의 태양광 산업 진출에 핵심 협력사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두산메카텍의 5.0세대 AMOLED 증착장비와 특허기술을 인수해 최첨단 디스플레이 장비 생산기술을 탑재한 바 있다.
아이피에스는 현재 비상장사 아토에 흡수합병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합병 완료 이후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형 전문업체 에이테크솔루션은 다른 장비업체에 비해 삼성 투자 수혜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명규 에이테크솔루션 CFO(재무최고책임자)는 "삼성발 매출이 50%가 넘지만 금형 부품 등 매출과 관련돼 있어 장비업체만큼 신속한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0% 지분을 갖고 있는 신화인터텍도 삼성전자가 OLED, LCD
6일 삼성 혈맹군 5인방 중 합병절차로 거래가 정지된 아이피에스를 제외한 4종목 모두 가파르게 올랐다. 이날 에스에프에이가 11.63%(6000원), 에이테크솔루션이 4.19%(900원), 에스엔유가 7.49%(1400원), 신화인터넷이 6.44%(750원) 상승했다.
[매일경제 전범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