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통신 시장에서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가운데 단말기 시장에서는 국산과 외산이 격돌하고 있다. KT는 애플 아이폰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외산 제품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삼성전자 갤럭시S 등 국산 제품으로 맞서고 있다.
KT가 2009년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아이폰3GS를 판매하기 시작한 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스마트폰 시장은 KT 독무대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SK텔레콤을 통해 갤럭시S를 시판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양강 체제로 전환했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외산·KT 대 국산·SK텔레콤이 서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격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갤럭시S는 출시 70여일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지난해 말까지 약 200만대 이상이 팔렸고 6개월 먼저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KT는 12월까지 아이폰 시리즈 180만대를 팔고 있다.
양 사의 다른 제품들도 대표 모델을 따라 국산과 외산이 경쟁하고 있다.
KT는 아이폰 시리즈에 이어 노키아 뮤직폰, 구글 넥서스원, HTC 디자이어HD를 판매하고 있고 연내 델의 안드로이드폰 `스트릭`과 `베뉴`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산은 갤럭시K와 옵티머스원 정도가 전부다. 전체적으로 외산 제품 비중이 높은 것.
반면 SK텔레콤은 삼성전자 갤럭시S 이외에 LG전자 옵티머스원, 팬택 시리우스·베가·이자르 등 국산 제품이 대부분이다. 외산 스마트폰은 HTC, 모토롤라와 소니에릭슨 제품 정도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KT의 스마트폰 라인업이 국산대 외산 대결구도가 된 것에 대해 국내 통신업계의 구조 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반 휴대폰 시장이 주류를 이룰 당시 가입자수가 앞도적으로 많은 SK텔레콤에 단말기를 우선 공급하려는 제조사들 성향이 스마트폰 시장에 그대로 옮겨진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은 단말기라도 SK텔레콤을 먼저 공급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스마트폰 시초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옴니아의 경우 SK텔레콤을 통해서만 출시했고 옴니아2도 SK텔레콤 다음으로 KT가 선보였다. 갤럭시 시리즈 역시 SK텔레콤에 이어 LG유플러스, KT순으로 나왔다. 최초 듀얼코어 스마트폰인 옵티머스2X의 경우도 SK텔레콤을 통해 올해 1월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결국 KT 입장에서는 외산 스마트폰을 국내에 도입하는 복안을 세울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결정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의 스마트폰 경쟁은 단말기 측면에서는 국산과 외산 제품의 격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양분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T와 삼성전자가 다소 어색한 관계가 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반 휴대폰 시장에서 국산 제품 일색이던 국내 통신 시장이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외산 휴대폰 출시가 잇따르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산 제품에 대한 고객 서비스 불만은 국산 제품에 비해 높은 것이 앞으로 해결되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 파워블로거는 "`SK텔레콤=삼성전자` 공식은 일반 휴대폰에서 오랜동안 인식돼 왔다"며 "이러한 현상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변화에 따라 SK텔레콤도 외산 제품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연내 `델(Dell)` 의 5인치 스마트폰 `스트릭`, 4.1인치 `베뉴`를 선보인다.
이들 제품은 안드로이드 2.2(프로요)가 탑재됐고 스크래치와 충격에 강한 고릴라 글래스를 적용했다.
지난 10월 29일 론칭 행사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된 4.3인치 프리미엄 스마트폰 `디자이어 HD`의 경우 출시 2주일 만에 1만5000대가 개통됐고 초기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 평균 2000대 가량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