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옛 여인들이 한복 속에 고이 간직하던 정절의 상징, 바로 은장도인데요.
영주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은장도 장인을 이예은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경상북도 영주시 휴천동의 작은 공방.
잊혀져가는 은장도를 만들고 있는 고준정 씨의 작업실입니다.
<현장음>
"은을 녹여서 덩어리를 만들고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은이 식으면 잘 늘어나지도 않고 금이 가요. 그래서 자주자주 열처리를 해주셔야 해요."
▶ 스탠딩 : 이예은 / 리포터
- "영풍 은장도의 맥을 잇고 있는 고준정 씨. 소박하면서도 정교하고 아담하면서도 멋스러운 은장도를 만들며 명품 은장도의 전통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고준정 씨는 경북 영풍 지역에 전해져 오는 전통 은장도 전수자로서 전통 방식에 현대감각을 가미한 은장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고 씨는 봉화 유기 유기장이었던 故 고해용 씨의 딸로, 손재주가 좋아 일찍이 그 재능을 인정받았는데요.
본격적으로 은장도를 배우게 된 것은 장도장 故 김일갑 선생님을 만난 뒤부터라고 합니다.
▶ 인터뷰 : 고준정 / 은장도 장인
- "봉화 유기에서 장도를 만들다가 명품 장도장 고 김일갑 선생님을 만났어요, 은장도를 처음 본 순간, 칼집에 반해서 시작하게 되었고요. (모양이) 깜찍하니까 여자로서 할 수 있겠다 싶어 선택하게 된 거죠"
고 씨가 은장도를 배우게 된 지 올해로 16년째.
지금은 능수능란하게 불을 다루고, 은을 두드리지만, 처음에는 칼 전체에서 흘러나오는 서슬 퍼런 기운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수요가 그리 많지 않고,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탓에 큰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전통기술을 계승한다는 자부심만큼은 남다릅니다.
▶ 인터뷰 : 고준정 / 은장도 장인
- "축제 때 제가 개인전을 하면서 체험(행사)을 하거든요. 그때 많이들 와서 보시고 좋아하세요. 그때 알리고, 주문도 좀 받고, 시간은 멀지만 언젠가는 사시겠다는 분들을 기다리면서…"
은장도를 만들려면 불을 때워 도신을 만들고 은을 두드려 늘리는 등, 하는 과정마다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을 요합니다.
고 씨는 은, 나무, 무소 뿔 등의 재료를 이용한 크고 작은 은장도들과 은반지, 진주 등을 부착한 은 펜던트와 은 브로치, 은 위에 칠보 유약으로 그림을 그린 여러 가지 장신구를 만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전승 공예 대전에서 십장생 은장도로 특선을 수상하게 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고준정 / 은장도 장인
-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제가 만든 보람을 느꼈어요. 경상북도에서만 공예 활동하다가 (전국에는) 올해 첫발을 디뎠는데 내년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예전에는 주로 호신용으로 지녔던 은장도가 지금은 기념품이나 소장용으로도 많이 팔리게 되면서 그 수요가 부쩍 늘고 있는데요.
화려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겸비한 고 씨의 작품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주성옥 / 손님
- "지금은 이런 물건들이 사라지는 시대인데 손수 작업도 하시고 여러 면을 보여주시니까 물건을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이 끌리면서 나이를 먹다 보니까 자꾸 옛것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서 더 오는 것 같아요"
1994년, 영풍 장도장 김일갑 옹에게 직접 기술을 전수받기 시작해 입문 8년 만인 지난 2001년에 경상북도로부터 전수 장학생으로 선정됐던 고 씨.
고 씨는 현재 경북 봉화에서 매일 은장도를 배우러 오는 조카 고경혜 씨에게 은장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고경혜 / 은장도 공예 문하생
- "처음에는 하기가 어려울 거로 생각하고 겁이 났어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서서히 관심이 둬지는 거예요. 아직 많은 걸 다 못하겠지만 조금씩 배워갈 예정이고 고모랑 더 열심히 배우려고요"
내년에 있을 각종 공모전 기획과 준비로 벌써 바쁘다는 고 씨.
앞으로도 전통 은장도의 맥을 이어가며 더욱 부담 없고 실용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합니다.
▶ 인터뷰 : 고준정 / 은장도 장인
- "누구든지 부담 없이 기념으로 간직하면서 간접적으로는 은장도에 대한 역사를 알릴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영주시를 다녀가게 하고 싶어요"
▶ 스탠딩 : 이예은 / 리포터
- "전통적이고 귀한 우리 문화를 이어가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고준정 씨. 오늘도 혼신의 힘을 다해 은장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MBN 이예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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