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집사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도 다가가기는커녕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고알못’에, 엄마 바라기 개 수리를 키우는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고양이가 제 이름을 모르거나 못 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무시해서라는 것이다.
↑ (사진 프리픽)
설마 진짜일까 하며 5년째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물었다. “호두는 이름을 부르면 와?” “아니.” “쳐다는 보고?” “아니.” “그럼 매번 네가 가?” “저 필요한 거 있을 때는 안 불러도 오지.” 아··· 이래서 집사 집사 하는구나!
호두뿐 아니라 고양이가 제 이름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한 것이, 해외에서는 고양이가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 실험까지 했단다. 일본에서는 고양이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발음이 매우 비슷한 단어들을 연속해서 들려 주었다. 단어들을 듣고도 줄곧 심드렁하던 고양이들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듣자 미동을 했다. 귀나 고개를 돌리거나, 꼬리를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정도로 반응하며 ‘내 이름쯤은 알지, 안 그래?’ 하고 증명해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연구팀은 고양이들이 낯선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집사가 부르면 귀를 움직이고 동공이 확장되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몸을 일으켜 다가오는 적극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 (사진 프리픽)
제 이름을 듣고도 모른 척한다는 것은 개를 키우는 나로선 이해 불가인데, 더 배신감이 드는 건 고양이의 언어 학습 능력이 영유아를 능가한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연구팀이 고양이 30마리에게 그림을 보여 주며 해당하는 단어를 불러주었더니, 대부분 네 번을 반복하면 그림과 단어를 짝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림과 맞지 않는 단어를 들려주었을 때, 그림을 세 배 더 오래 응시함으로써 뭔가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불과 9초 만에 이루어졌다고. 정말로 고양이는 제 이름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저 귀찮거나 무시해서 집사의 부름에 반응하지 않는 걸까.
고양이가 제 이름을 불러도 다가오지 않는 이유에 관해서는 여러 해석들이 있다. 자신은 다른 일로 바쁘기 때문에, 집사에게 지금은 원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부름에 응답해야 할 마땅한 동기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유를 들으면 헛웃음이 나오는데, 이 모두를 차치하고 가장
불가사의한 점은, 그렇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집사들은 고양이 이름을 다정히 부르고 머리를 조아리며 고양이에게 사랑받기를 갈망한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묘한 고양이에, 더욱 묘한 집사들이 아닐 수 없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6호(24.11.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