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픽사베이) |
요즘은 뭔가를 다운로드하는 것 자체가 번거로운 시대다. 클라우드에 수많은 작품들이 업로드되어 있고, 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클릭하기만 하면 되는 시대다. 그것이 바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으로 대변되는 OTT 플랫폼 시대의 개막이다.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국내에 론칭하고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개인적으로 굉장히 행복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영상 플랫폼들이 괴멸할 것이라 예측했다. 초반에는 그랬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월 1만 원 남짓한 비용으로 그들이 수집해 놓은 전 세계 수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했다.
↑ ‘스위트홈 시즌3’ 촬영현장 (사진 넷플릭스) |
시리즈들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사전 제작 후 한번에 한 시즌을 통째로 선보이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원래 시리즈는 주당 1개의 에피소드를 차례로 선보이는 방식으로 선보였었다. 과거의 어른들이 인기 주말 드라마를 두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에잇, 이왕 할 거 한 번에 다 보여주지. 감질나게 말이야!” 어쩌면 넷플릭스는 이런 시청자들의 불만을 수용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 시리즈의 한 시즌을 단 하룻밤 동안 다 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제공되었으니 말이다.
↑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 넷플릭스) |
그렇게 세상의 모든 재미가 이곳에 다 버무려져 있을 것만 같은 OTT는, 그래서 TV도 죽이고 영화도 죽일 희대의 요물이라고 생각했었다. 더욱이 인류는 팬데믹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무려 3년간의 봉쇄였다. 그 시간 동안 OTT 플랫폼들은 더욱 더 힘을 키웠다. 필연적으로 관객이 운집해야만 하는 극장의 죽음이 선포되던 시기였다.
극장에서 개봉해야 할 작품들마저 OTT에 판권을 팔아 넘겼고, 그들은 ‘오리지널’이라는 가면을 쓰고 디지털 디바이스 속에서 재생되었다. TV 채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우들의 개런티를 포함한 제작비에 항복을 선언했고, 그것마저 OTT의 투자로 플랫폼 속으로 들어왔다. 팬데믹 기간 동안 OTT는 모든 걸 다 먹어 치워 버리는 괴물로 성장했다.
↑ (사진 픽사베이) |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여전히 건재한 듯해 보인다. 그들의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그렇다.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신규 구독자가 805만 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전 세계 구독자 수는 2억 7,770만 명에 이른다. 이들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95억 5,931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고 한다. 주춤했던 넷플릭스의 부활 요인으로 일단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의 성공을 많이들 꼽는다. 소비자에게는 반발을 샀지만, 넷플릭스는 무단 계정 공유 사용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했고, 예상 외로 이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또한 광고 지원 요금제의 도입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넷플릭스는 저가 요금제를 신설, 이 요금제의 구독자들은 광고를 포함한 영상을 시청하게 된다. 이 구독자가 올 3월 이후 34%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보고서를 통해 자신들의 콘텐츠 경쟁력도 성공 요인이라고 밝혔다. ‘더 나이트 에이전트’, ‘퀸 살롯’, ‘브리저튼’ 시즌 3 등이 그 예로 든 작품이다.
↑ ‘크로스’ 스틸컷(사진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스틸컷(사진 넷플릭스) |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조진웅과 유재명이 열연을 펼치는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을 시청 중이다. 그리고 에미상에 빛나는 요리를 소재로 한 시리즈 ‘더 베어’의 세 번째 시즌 역시 감상 중에 있다.
음, 애플TV는 미국의 웰메이드 시리즈들이 꽤나 업로드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최근 시작된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시리즈 ‘무죄추정’도, ‘파친코’ 시즌 2도 기다릴 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티빙에서는 주로 TV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최근에는 신하균 주연의 드라마 ‘감사합니다’를 시청하고 있다. 쿠팡 플레이는 박찬욱 감독의 시리즈 ‘동조자’ 때문에 가입했다.
↑ ‘더인플루언서‘ 스틸컷(사진 넷플릭스) |
지금의 OTT 플랫폼 속에는 ‘만인 공통으로 회자되는’ 작품이 없다. 그냥 모든 구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을 해두고, 그냥 틈 날 때 작품을 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만일 심리적으로 이게 현실이라면, 과연 OTT는 미디어 플랫폼의 미래적 대안으로서 영속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그럴 것이라 예측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OTT는 전통적 미디어와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디어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임에는 틀림없지만, 전통적 미디어와 많은 부분에서 교집합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단지 차이라면 상영되는 공간이 다르다는 점뿐이다.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보는 건 무료인 TV를 선택할 것인가, 고전적 미디어로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지닌 영화관을 선택할 것인가 등의 차이만 존재한다.
↑ ‘오징어 게임’ 시즌2 글로벌 홍보(사진 넷플릭스) |
과거와 달리 OTT 플랫폼은 이제 선택의 영역에서 많은 미디어 환경들과 공존한다. 여전히 대세이긴 하지만 마땅히 볼 게 없다며 구독을 해지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차세대 미디어는 과연 무엇일까? 수많은 연예인들이 넘어가 자신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유튜브가 해답일까? 혹 다시금 극장에서 관람하는 영화가 돌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넷플릭스, 매경DB, 각 OTT]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6호(24.9.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