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보는 SNS 계정이 있다. 대형견 둘을 키우는 주인장은 최근 누군가 집 앞에 두고 간 강아지 네 마리를 임시 보호하게 되었다. 며칠간 꼬물이들의 건강 상태와 성격을 확인하는 영상이 업로드되었고, 마침내 입양 홍보 글이 올라왔다.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 (사진 프리픽freepik) |
이 참에 외국의 입양 신청서는 어떤지 살펴보았다. 동물 구조와 입양 역사가 150년 가까이 된 영국의 ‘메이휴 동물의 집(The MayHew Animal Home)’에서 제시하는 반려견 입양 신청서는 무려 4장이다.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입양 이유, 주거 및 양육 환경, 반려 경험 등에 관한 질문은 공통적이다. 기관이다 보니 희망하는 반려견의 연령과 성별, 크기, 훈련 여부도 자세히 체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것까지 확인하는구나 싶은 질문들이 눈에 띈다.
△오전부터 정오까지(정오부터 저녁까지) 반려견이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지 기재하세요. △감당하기 어려운 항목을 체크하세요.(실내 배변/매일 1시간 이상 운동/극심한 털 빠짐/아이에 대한 공격성/고양이에 대한 공격성/혼자 있을 때 짖음 또는 하울링/정신 사나운 행동/여행 싫어함 등) △반려견을 입양한다는 것은 돌봐줄 사람을 찾거나 돌봄 시설에 맡기지 않고는 갑자기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 △반려견이 같이 살 수 없을 경우에는 이사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도 자녀만큼이나 개를 입양하고 싶고, 단순히 자녀가 원해서 입양하려는 것은 아니다.
두루뭉술하지가 않다. 세세한 질문에 답하는 동안 환상이 한 꺼풀씩 걷힌다. 현실 반려 생활에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뚜렷해지고, 비상 상황에 작동시킬 대비책도 고려하게 된다. 반려를 앞두고 사람과 동물 모두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 역시 온라인을 통한 개인 입양이라도, 좀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좀 더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든다.
↑ (사진 프리픽freepik)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5호(24.9.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