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특별한 하룻밤…부족함 없는 워케이션 시설
'순천패스'로 순천 곳곳 여행은 덤
↑ 지난해 정원박람회 당시 쉴랑게 숙소로 사용하던 오두막을 정원워케이션 숙소로 활용 / 사진=정치훈 기자 |
주5일제를 넘어 4.5일제를 도입하는 직장이 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무실에서 같이 모여 일해야 능률이 오른다는 개념이 컸다면, 최근에는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면 업무의 능률이 더 향상된다는 개념이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또, 저출생 사회를 맞아 노동시간 단축은 시대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4차 산업에 접어들면서 노동집약형 일자리보다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지식산업형 신생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노동과 휴식의 경계 또한 무너지고 있습니다.
최장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올여름 전남 순천시는 휴식과 일을 함께 하려는 직장인들의 성지가 됐습니다. 일(Work)과 휴식(Vacation)를 합친 신조어인 이른바 ‘워케이션(Worcation)’의 최적지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 순천 정원워케이션 센터 / 사진=정치훈 기자 |
‘정원에 삽니다’ 지난해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슬로건입니다. 그동안 바라보고 감상하는 정원을 넘어 정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즐기고 만끽하는 테마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1천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정원박람회는 그야말로 도시의 리브랜딩의 요소 가운데, 정원으로 상징하는 숲과 공원을 어떻게 배치하고 이용해야 하는 지를 오프라인으로 보여줬습니다. 실제 서울시와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에서 기초자치단체인 순천시를 롤 모델로 삼으며 향후 도시 계획의 힌트를 주기도 했습니다.
↑ 정원 워케이션 공간은 워케이션 참가자만 들어갈 수 있고, 일반 입장객은 출입이 제한된다. / 사진=정치훈 기자 |
당시 핵심 콘텐츠 가운데 하나가 ‘쉴랑게’라는 천막으로 된 오두막집이었습니다. 박람회장 한쪽에 자리 잡은 쉴랑게는 정원을 체험하면서, 최고급 요리와 호텔 서비스를 즐길 수 있었던 명품 숙소였습니다. 말 그대로 주제에 걸맞게 정원에서 하룻밤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박람회가 끝난 이후 순천시는 쉴랑게 숙소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정원 워케이션으로 활용했습니다. 쉴랑게 천막 숙소는 1~2명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고, 레스토랑으로 이용되던 건물은 워케이션 센터로 바뀌며 업무 보조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 호텔식 침구와 친환경 어메니티가 갖춰진 정원워케이션 숙소 / 사진=정치훈 기자 |
밤에 도착한 정원 워케이션 숙소는 풀벌레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별도로 마련된 주차장에서 개울길을 지나 리셉션에서 키를 받고 가는 길은 어렸을 적 시골 할아버지댁을 찾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도착한 숙소는 쾌적했습니다. 호텔식 침구와 나무로 된 친환경 공간이 주는 느낌은 한여름에도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짐을 직접 들거나 수레를 이용해야 하고, 내부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점은 불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천막 하나로 외부와 분리되어 있어 방음도 안 되고,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자물쇠를 이용해야 하는 점도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모든 불편함은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천막을 여는 순간 앞마당에 국가정원이 펼쳐집니다. 계절마다 피어 있는 꽃나무와 드넓은 잔디밭이 눈에 들어오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10분 걸어 순천만유스호스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워케이션 센터에 가면 커피부터 간단한 음료와 간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센터에는 대형복사기와 각종 사무 보조도구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미팅룸과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잔디밭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사무기기와 간이 의자 등을 빌려주기도 하고, 간단한 여가 용품도 비치했습니다.
↑ 소나기가 내려 운치를 더한 정원워케이션 / 사진=정치훈 기자 |
미팅룸에서는 워케이션 참가한 직장인들의 유튜브 촬영을 진행하기도 하고, 잔디밭에서는 프리랜서로 보이는 참가자가 인터넷 쇼핑몰 의류를 놓고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한 참가자는 워케이션 센터에서 일하는 동안 가족들은 순천만국가정원에서 한나절 시간을 보냅니다.
정원 워케이션 참가자들은 특별한 선물을 받습니다. 바로 ‘순천패스’입니다. 이 패스를 목에 걸고 다니며 워케이션 센터를 자유롭게 이용하기도 하고,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순천드라마세트장, 낙안민속마을, 뿌리깊은나무박물관 등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일하다가 언제든지 순천시 곳곳을 돌며 마치 휴가같은 하루를 보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워케이션 센터 인근 순천만국가정원 개울길. 일하다가 쉬어갈 수 있는 정원이 곳곳에 있다. / 사진=정치훈 기자 |
워케이션 참가자들은 조식만 제공되고, 숙소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국가정원 내 식당이나 순천시내 식당을 이용해야 합니다. 센터에서는 늘 순천시의 맛집 리스트와 명소 안내 리플릿을 준비해 놓고 있고, 항상 직원이 상주해 있어 불편한 점은 문의하면 친절하게 알려줘 부족함이 없습니다.
↑ 채광과 조명으로 정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정원워케이션 센터 내부 / 사진=정치훈 기자 |
↑ 워케이션 센터에는 항상 커피와 음료,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다. / 사진=정치훈 기자 |
워케이션에 참가한 사람은 만족도가 높습니다. 다시 오고 싶다는 대화 소리가 워케이션 센터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합니다. 순천시가 직장인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판단했고, 적중했습니다.
순천 워케이션은 올해 말까지 운영됩니다. 현재 예약은 12월까지 주말은 거의 다 채워졌고, 10월까지는 평일에도 만실인 상황입니다. 올해 성과과 충분한 만큼 따라 내년에도 일부 보완을 거쳐 워케이션 프로그램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을 오롯이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정원 워케이션은 하룻밤 2인 기준 15만 원이며 순천시청 누리집 (https://www.suncheon.go.kr/tour/worcation/0004/) 또는 061-746-2963으로 문의하면 됩니다.
↑ 정원워케이션 참가자들이 받는 순천패스. 워케이션 센터뿐만 아니라 순천시내 관광지 곳곳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 / 사진=정치훈 기자 |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